오랫만이다. 꽃향유
널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좋았던 기억만 남은 까닭이다.
그처럼
편집된 기억만이 남은 것을 추억이라 하는걸까.
그 추억을 온몸에 칭칭 감고 있으니
기쁨에도 슬픔이 섞이는 것인지 모른다.
다 떨쳐 버리고 노꼬메로 가는 길.
족은 노꼬메와 큰 노꼬메가 1.6km의 숲길로 연결되어 있다.
큰 그늘이 드리워져 걷기에 수월하다.
숲속에는 찬란했던 빛깔을 벗어버린 산수국
떠나가는 시간을 애써 붙들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찬란했던 그 시절을 내가 아는데
이제는 미련없이 고개를 숙이는 그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
숲길을 벗어나니 큰노꼬메.
족은노꼬메 주차장에서 출발했지만
두 형제는 어디서나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오늘의 산행은 족은노꼬메.
표고 775m, 비고 150m의 짙은 숲을 지녔다.
그 숲의 느낌은 다정하고 속깊다.
정상에 올라서도 큰노꼬메가 먼저 눈에 뜨인다.
큰노꼬메는 표고 834m, 비고 230m
한라산 서북벽과 붉은오름
그리고 그 앞으로 노로오름과 한대오름을 간직한
광대한 숲이 펼쳐져 있다.
숲도 짙고 그늘도 짙어
느릿느릿 걷기에 좋다.
한라돌쩌귀
가을 친구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가울 듯하다.
굼부리를 한바퀴 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중간에서 길이 끊어지며 하행길로 이어진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굼부리가 말굽형 화구이다.
여기서 발원한 계곡의 물은 금덕, 장전을 거쳐 수산저수지로 들어간다고 한다.
가까이는 천아오름과 어승생
멀리는 한라와 붉은오름까지
또는 한 줄로 이어진
큰노꼬메와 바리메, 금오름까지
하늘과
숲과
그 뒤의 도시까지
모든 것이 싱그럽고 다정다감하다.
그런 산을 밟고 다니면서도
그 산을 닮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이 좋은 곳 - 붉은오름 가는 길 (0) | 2013.11.03 |
---|---|
큰바리메와 족은바리메 (0) | 2013.10.30 |
성널오름 (0) | 2013.10.12 |
화순바다 (0) | 2013.10.11 |
가을 억새 길 (0) | 2013.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