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이 가면 봄이 와야할 터인데
제주에서는 겨울이 가면 4·3이 다가온다.
4·3 평화기념관 예술 전시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4·3 미술 대표작품선 전 - 초대, 다시보는 4월' 전시회에 다녀왔다.
오석훈 작가의 '어머니의 4.3-지금까지 살아진 것이 용한 거라'
사진 속 40대의 어머니는
저 나이 때에도 홀로 되뇌이며 살았다.
'지금까지 살아진 것이 용한 거라'
4·3 당시 16살이었던 소녀의 집으로
국군토벌대들이 들어왔다.
소녀는 '눌' 속에 숨었다.
국군토벌대는 소녀의 홀어머니가 딸의 혼수감으로 마련해 두었던 솜이불과 소 한마리를 끌고 가다가
총끝의 칼로 '눌'을 꾹꾹 눌렀다.
소녀는 곧바로 국군토벌대에게 붙들렸고 마을 공회당에 감금되었다.
공회당 안에는 마을 청년들과 소년 소녀들이 붙들려와 있었다.
함께 붙들려와 오돌오돌 떨고있던 친구 둘이 마을 청년들과 함께 밖으로 끌려나가 처형되었다.
어머니는 다음날 처형된다고 했다.
피비린내가 풍기는 기나긴 밤이 흘렀다.
그런데 그 다음날 국군토벌대가 철수하고 소녀는 살아났다.
소녀의 홀어머니가 공회당 앞 뜰의 시체를 뒤지다가
살아남은 소녀를 발견하고 스르르 주저앉았다.
홀로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날을 기억하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저 지금까지 살아진 것이 용한 거라.'
이명복의 '침묵'
섬을 둘러싸고 있는 침묵
섬을 떠받치고 있는 침묵
고혁진의 '하루'
낮에는 토벌대의 세상
밤에는 무장대의 세상
정용성의 '귀천'
고운 수의 입고
이제 그만 이 땅을 떠나 훨훨 가시오, 가시오.
박경훈의 '국가의 기초'
이승만의 깃발
오윤선의 '신원을 위한 추모굿'
죽은자와 산자
모두
고길천의 '60년만의 외출'
고경화의 '꽃같은 시절'
이경재의 '부활의 땅'
김수범의 '이미지 전쟁-달력'
김영훈의 '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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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처음 왔을 때/ 마르틴 니묄러 나치가 공산당원에게 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에게 갔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태인에게 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항의해 줄 누구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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