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정방동 정방사
정방사는 1938년 창건된 사찰로
한국불교 태고종단에 소속되어 있다.
원래 이 사찰의 전신은 선돌의 두타사였는데
통행에 어려움이 있어
현재의 이곳으로 이전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평등합니다.
초파일의 사찰 앞에서 놀고 있는 오누이처럼 평등합니다.
초파일의 꽃을 단 누이에게
철쭉꽃을 따서 머리에 달아주는 오라버니처럼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활짝 핀 꽃입니다.
정모시라 불리는 계곡가에 위치한 정방사.
제주의 화산석들로 이루어진 뜰이 이채롭다.
동홍천 하류인 정모시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정방폭포 위쪽이 된다.
동홍천이 흘러 정방폭포로 떨어지는 지경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변이 시가지로 변하여 옛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정방사 대웅전
대웅전 내원궁.
석가여래를 주존불로 봉안하고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을 협시하였다.
발그레한 볼.
모든 꽃이 피어나는 초파일에
개화한 연등.
등불에 걸린 서원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이곳 정방사에서 찾아봐야 할 것.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 23호로 지정된 비사부불.
지긋이 주시하는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가 압권이다.
이 정방사 비사부불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비사부불이란 과거칠불 중 세번째 부처님을 이른다.
과거칠불이라 함은
과거 장엄겁의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과
현재 현겁의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 석가모니불.
복장의 기록물에 의하면
이 여래좌상은
1702년 숙종 28년 5월 20일 전남 대흥사에서 조성된 것으로
이곳 정방사로 이운하여 봉안되었다.
지금은 따로 모시고 있어서 아쉽게도 친견할 수는 없었다.
대웅전 옆의 종각.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조그만 종각.
대정 서산사의 종각과 하도리 금붕사의 종각과 함께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종각이다.
정방사와 인연을 맺은 공덕주들의 비석.
사자개가 지키고 있다.
사자 모습의 개인데
온몸이 까매서 얼굴이 구분이 안된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닿아
비사부불을 친견할 수 있기를 서원하며
초록의 고운 정원같은 정방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정방사 바로 앞의 정모시 쉼터.
정방폭포 위에 위치한 옛 정방수원지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정모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곳 정모시는
정방폭포의 상수원으로
서귀진성의 식수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논농사를 위한 농업용수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걸으면 정방폭포에 다다를텐데
오늘은 초파일이라
향내음을 맡은 것으로 만족하고
정모시의 물내음을 따라 걷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초파일이 지났으니
내일부터는 꽃들도
하나둘
떠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