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금붕사.
금붕사의 나유타 합창단 단원들이
꽃처럼 곱게 단장하고
초파일 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맞아주고 있다.
카메라를 향해 아무 거리낌없이 웃어주는
그 따뜻한 마음에 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초파일이라
뜰로 나온 달마.
난타공연, 판소리 공연, 합창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완전히 잔치집 분위기 그대로이다.
조용했던 산사를 뒤흔드는
시원한 우리 가락.
사찰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풍경에
초파일 순례길이 흥겹다.
나유타 합창단의 공연.
천막 안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청중들.
곱게 한복으로 단장한 할머니들과
아침 일찍 고사리를 꺾고 부리나케 달려왔다는 아주머니들과
중절모를 눌러쓴 할아버지와
풍선을 들고 달리는 어린아이까지
모두
오늘 하루 흥겹다.
서원의 등불 아래서
평화롭다.
금붕사 대웅전의 석가모니불.
오늘 이곳은 이렇게 평화롭지만
이곳 역시 제주 4.3의 아픔이 짙게 배인 곳이다.
원래 이곳 금붕사는
고려시대 사찰 돈수암이 있던 곳.
탐라지에 의하면
돈수암은 제주 동쪽 80리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이곳에 금붕사가 창건된 것은 1926년 10월 12일.
화주 김대승각 스님과 도감 이성봉 스님이 초가 25평의 법당을 세우면서
돈수암의 인연을 이어 금붕사를 창건하였다.
창건 이후 금붕사에서는 1932년 최청산 스님을 모시고
불교 혁신 운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1937년 10월 1일에서 11월 21일까지
법화산림 대작불사를 마련하며 대대적인 포교활동도 벌였다.
그러나
제주 4.3이 발생하면서 이성봉스님은
국군토벌대에 의해 총살되었고 금붕사는 불태워진다.
이성봉 스님이 총살된 것은
지나가는 목동을 숨겨주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허물어졌던 금붕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수암스님.
대웅전을 중건하고
명부전, 요사채, 국묵담 대종사 사리탑, 십선전, 소요각 등을 세우며
현재의 금붕사를 일으켜세웠다.
국묵담 대종사 사리탑.
1984년에 세워졌다.
그 시절을 흘러 이르른 오늘.
이 땅에 짙게 배인 아픔도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맑은 미소가 햇살처럼 고와서.
처음 마주했어도
오래 함께한 이처럼 주고받는 미소가
햇살처럼 고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