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으로 들어섰다.
순두류에서 법계사로 오르는 2.8km를
걷고 또 걸으면 된다.
순두류 입구에서
이곳 갈림길까지는
그저 터벅터벅 걷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곳에서부터는 아이젠이 필요하다.
오래 얼어있던 바위의 눈이 미끄럽다.
산청분소에서
경남 환경교육원이 있는 순두류 갈림길에 도착한 후
숲길로 들어서면
법계사
그리고 천왕봉이다.
법계사까지 왕복 3시간여를 계산했다.
지리산 로터리 대피소.
눈길은 오히려 시간을 단축해줬고
지리산 반달곰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지리산 법계사.
지리산 천왕봉 아래
해발고도 1450여m에 자리잡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이다.
마침내 진신사리탑이 보인다.
길이 막혀
오를 수 없었던 옛기억 때문에
산길을 올라오면서도 조금은 조마조마했는데
휘청이는 다리를
법계에 들여놓으니
머리통까지 온몸이 시원하다.
법계사 적멸보궁.
신라 진흥왕 544년 연기조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며 창건하였다.
법계사는
이곳이 흥하면 일본의 기운이 쇠퇴한다는
전설 때문에
고려말 왜적 아지발도에 의해 소실되었다가
조선 태종 5년 1405년 벽계 정심대사에 의해 중건되었다.
이후 다시 임진왜란과 경술국치, 한국전쟁 때마다 위기를 맞아
초옥에 3층석탑으로 이어지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적멸보궁전에서
사리탑을 향해 예배한 후
산신각 옆으로 걸어올라
법계수 한 모금에 마음을 씻는다.
법계사 사리탑.
자연 암반의 윗부분을
3단으로 깎아 기단석으로 삼고
그 위에 탑신을 올렸다.
먼 길 끝의 사리탑.
그 빛은
푸르다.
쉬어간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이곳 법계사 극락전에서
잠시 일없이 쉰다.
일없이 쉬었으니
푸른 하늘을
두 눈동자에 가득 담고
하산 준비를 한다.
이루고 나면 쓸모가 없어질
바위에 새길 소원 따위야 갖고 오지도 않았으니
마음은
구름처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