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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돌산의 은적사로 가는데
해가 진다.
은적사로
해가 지고
향일암으로
해가 오르고
그렇게 여수에서의 해는
달려가면 닿을듯한
가까이에서
윤회한다.
다만
늘 함께였음에도
내가 의지하려 하지 않았을 뿐
자전하며 공전하는 나의 축은
언제나 그대.
빛.
비로자나.
울지 않는 대신
마음을 닫아버린 사람처럼
남해 여수의 노을은
차갑다.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천왕산 은적사.
동백 꽃길.
짧다.
짧은 꽃길 끝의 일주문.
아, 곱다.
은적사.
고려 명종 25년
지눌선사가
여수의 남면 금오도에 송광사를 짓고
순천 선암사를 오가면서
그 길의 가운데에
쉼터로 세운 사찰이다.
정혜결사를 일으켜 개혁을 추진하던 지눌선사도
이곳에선 쉬어갔나.
극락전.
마침 예불시간이다.
부처와 만날 시간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매순간 부처와 하나여야 하겠지만
그건 그럴 수 있는 이들이나 그럴 일이고
자꾸 한눈을 팔며 사는 우리같은 이들은
이렇게라도 약속을 정해 부처와 만난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그리고
지장보살.
아미타불.
칠성각.
후원의 요사채.
종각.
은적사에서는
모든 전각이 서로 닿아있다.
형광등 불빛까지도 다정하고 다정하다.
그렇게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겠지만
마음이 닿으면
마음이 다칠까봐
자꾸 마음을 닫고만다.
사람의 일이 다 그렇다.
천불전.
천불 앞의 관세음보살.
동백과 후박나무와 향내음과 노송의 은적사.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길.
그러나
아무 것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길 위에서
감히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