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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문경 봉암사(1)

by 산드륵 201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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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사월초파일 새벽.

문경 봉암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희양산 봉암사.



1982년 조계종 특별 수도원으로 지정된 이후

사월초파일에만 들어설 수 있는 문.

산문 앞을 떠돌던 모든이들을 돌려보내던 문지기도

오늘은 일이 없다.



시원하게 뚫린 솔숲 길.



5월인데

여전히 차디찬

희양산 바람과 봉암사 계곡의 물소리.

계곡에는 3백여평이나 되는 편평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에서 최치원이 인근의 문인들과 함께

시류를 즐기기도 하였다고 한다.



봉암사 길섶의 큰꽃으아리.

꽃과 눈맞추고 있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던 노신사가

꽃이름을 일러준다.

큰꽃으아리

꽃말은 마음의 아름다움.

일주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마음의 아름다움을 만났다.



태산목.



오늘은 초파일.

마음껏 스스로를 펼치니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희양산 봉암사 일주문.



봉황문.



석문.



남무아미타불.



모든 문을 열어제치고

길을 걷는다.



다리를 건넌다.



봉암사 경내에 들어섰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5년 지증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희양산문의 주봉을 이루었던 곳이다.

이후 후삼국의 대립과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의병전쟁 등을 거치며

중창과 쇠퇴를 거듭하다가 

1947년 성철스님의 봉암사 결사가 이뤄지며

오늘에 이르른 한국불교역사의 현장이다.



아직 새벽 6시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앞서 도착한 이들이 많다.



대웅보전.



봉암사 등.



저마다 소원등을 밝히고 있다.



대웅보전 앞의 석사자.



관불식을 기다리는 아기부처님.



대웅보전의 석가여래불과 좌우협시보살.

석가세존 뒤로는 후불탱화 대신에

영축산에서 설법하시는 여래와 

그 보살 및 제자들의 모습을 양각해놓았다.



봉암사.

이곳이 어떤 곳인가.



왜색에 찌든

한국불교의 청정화를 위해 

성철스님이 봉암사 결사를 단행했던 곳이다.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임시적인 이익관계를 떠나서

오직 부처님 법대로

한번

살아보자.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

문고리를 당겨보자.



부처님 법대로

한번

살아보고픈

그런 수좌들이 모여드는 곳.



극락전.



극락전의 아미타불.



극락전은

봉암사 일주문과 함께

봉암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

창건 이후

후삼국의 대립 당시

봉암사가 전화를 입을 때에도

이 극락전은 전화를 피하였고

1907년 의병전쟁 당시에도 

역시 전화를 피하였다.

그 향기 역시 남다르다.



대웅보전 앞

너른 도량에

등을 올리고

마음 편안히

봉암사의 꽃들과 마주한다.

꽃들도 오늘이 가장 곱다.


봉암사에서의 아침 공양.

스님들이 드시던 그대로

밥 한 주걱에 김치와 오이무침 얹어놓고

맑은 된장국을 곁들였다.

먹는 일의 간소함에 콧날이 시큰했다.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김해에 도착하여

밤새 달리다가

자정이 넘어 4시간 쉬고

다시 새벽길을 달려 찾아온

봉암사에서

그 봉암사에서

처음으로 받아든 법문.

밥의 법문.

그 밥맛은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자던

성철스님의 법문인양

단순하였으나 목구멍에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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