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걸리지 않으니
이 산 그림자가
저 산으로 가 눕는다.
차디찬 사바
관세음보살에게
참배를 하고 간
누군가의 발자국마저
얼었다.
얼었지만
그러나
이제 7월이 혹은 8월이 오면
얼었다는 생각에 걸리지 않은 연꽃들은
그 맑은 얼굴을
천천히
다시
들어올리겠지.
그때
동상에 걸리지 않은
얼굴로
이 연꽃들과 마주하려면
얼어버린 내 마음부터
천천히 녹여야겠다.
경기도 이천 원적산 영원사.
조계종 용주사 말사로
신라 선덕여왕 7년 638년
해호선사가 창건한 영원암에서 출발하여
순조 25년 1774년 영원사로 사명을 바꾸었고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것을
1968년 선혜스님의 중창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대웅전.
본존불을 비롯하여
좌우협시보살까지
화려하기 그지없다.
유리보전과 산신각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전각.
창건 당시에도
해호선사가 약사여래불을 봉안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유리보전의 약사여래불은
해호선사 창건시기보다 후대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사여래불의 두상은
훼손으로 인하여 다시 조성하여 모셨는데
훼손된 원래의 두상 역시
유리보전에 함께 모셔져 있다.
약사여래 두상.
약사여래가 누구던가.
중생들의 모든 괴로움을 여의게 하고
모든 병과
삶과 죽음의 속박을 풀어주기 위해
신통력의 서원으로
스스로 몸을 태워 공양하신 여래이다.
그 서원만큼이나
오래도록 소신공양의 불은 꺼지지 않았으니
불은 천이백년이 되어서야 꺼졌고
그 이후로
약사여래를 간절히 염하는 이에게서는
푸른 연꽃의 향기가 흘렀다 한다.
아픔을 알기에
그들의 이름은 보살.
그래서 보살들의 서원은
사바의 모두를 향한다.
두려움없이 정진할 수 있도록
아픔을 치유해주는 약사여래.
돌아보면
약사여래는
이 사바에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