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보리가 익었다.
2007년 답사 당시에는
텅 빈 들판이었던
어도봉 기슭.
제주시 애월읍 어도봉 기슭의 도림사.
『 조선왕조실록 』에 의하면
조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보우대사는
1565년 유생들의 상소로 유배형이 내려진후
조천포구로 제주에 들어와
이곳 어도봉 인근에서
제주목사 변협에 의해 장살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 따라
당시 보우대사가 머물렀던 어도봉 인근에
고대사찰이 존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곳이 지금의 도림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놀랍다.
10년 동안
스님은
무문관에 드셨나.
법당으로 향하는 길
스스로 푸른 은행잎
스스로 피어나는 귤향
이 안에서
저절로 피고 지는 것들만을 허락하고
스님은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하다.
법당의 부처님은
그날이나
지금이나
여여.
10년만에 다시 찾은 옛 비석.
세월에 덮여가는 인간사를 보여주는 초록 법문이
참으로 무겁다.
공덕비 뒤쪽의 샘물.
현재는 우거진 수풀로 막혀있어 진입이 불가능하다.
사진은 2007년 답사 당시 찍었던 것이다.
도림사 고운 뜨락에서
허공을 가르던 그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이럴 때
허응당 보우 선사의 시는 어떤가.
물결이 흐르듯 흐르는 사람의 일 알 수 없으니
다시 온다는 약속 따위는 하는 게 아니지.
그렇듯 만물과 하늘 사이에 어찌 선약이 있겠냐만
그렇다고 해서 봄바람에 싹트지 않는 나무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