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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법정사지 가는 길

by 산드륵 2017.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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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섰다.



한라산 둘레길 중의 하나인

동백길.

그 길에서도

법정사 계곡을 따라 한바퀴 돌아볼 요량이다.



1919년 3·1 운동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났던

항일운동의 발상지. 



법정사 무장항일운동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항일운동사는

다시 쓰여져야겠지만

이미 학계의 검증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교과서에는 등재되고 있지 않는

여러 사실들 중의 하나이다.



의열사 義烈祠

법정사 무장항일투쟁 당시

의거에 참여했던 4백여명의 스님들과 마을 주민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투옥되고 사망하였으며 법정사는 불태워졌는데

이곳은 그들의 의열을 기리는 곳이다.



정진의 길.

법정사지에서 존자암으로

혹은 남국선원 선덕사로 이어진다.

영실의 물이 흐르듯

정진의 길도

이곳 법정사지를 적시고 흐른다.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언젠가 이곳을 다녀간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새겨놓았다.



저들도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알게될까.



삶은 꿈이라는 걸.

꿈은 꿈이라는 걸.



꿈길을 건너듯

계곡을 건넌다.

이제 곧

우진각 형태의 초집이었던

법정사에 닿을 것이다.



사라진 옛절로 가는 길.



일제강점기 당시

임산물이 풍부한 한라산 8부능선을 꿰뚫었던

병참도로 하치마키도로는

이제 한라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그 길 위에

동백보다 붉은 선혈을 뿌린 의인들을 생각하면

이 길만이라도 항쟁의 길이라 명명하는 것도

뜻깊은 일일듯하다.



초록 숲.

나무.

바위.

그들의 삶의 방식은

늘 힘이 된다.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줄 벗은

그저 길.



인연따라 걷는 길.



그 길의 끝에 닿을 수만 있다면

내 뒤통수를

내 눈으로 볼 수 있겠다.



깊은 숲.

옹달샘.

누가 다녀갔는지

아무도 몰라.



모든 걸 비추지만

아무 것도 잡아두지 않는

맑은 샘물가에는

늘 꽃.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법정사는 우진각 형태의 초당이었는데

근대시기 관음사 역시 초당이었다.

제주항일의병대장인 김석윤 스님이 

일제의 감시대상으로 관음사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지자

그의 도반들과 함께 산남으로 옮겨와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 이곳 법정사다.



산수국 핀 폐허의 사찰.



시대는 어두웠다.



삶은 암담했다.



그때도 꽃은 피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을 불살라 버렸다.



이것이 청춘.

아름답다.



그 이후.



그 이후.



그 이후로도

많은 이들이 이 계곡을 건넜다.



삶은 늘

한발짝도 더 나아간 것이

없어 보이지만

돌아보면 참 많이도 걸었다.

꿈일지라도 그저 좋은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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