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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기우는 곳으로
걸어가 보았다.
부여에 닿았다.
태조산 정각사에 닿았다.
대웅전.
저녁 햇살이
빠르게 기울고 있다.
석가모니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법당에 참배하고 나오니
햇살이 한웅큼밖에 남지 않았다.
대웅전 저 편으로 나한전이 있고
그 사이 암벽에 마애삼존불이 있다고 들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마애불 먼저 참배해야 했다.
태조산 정각사 마애 삼존불.
저녁 햇살이 내리니
그 어깨와 가부좌한 무릎의 윤곽이
스케치하듯 슥슥 돋아나기 시작한다.
주지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삼존불은 마모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성하다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낮은 받침돌을 놓고 올라서
한 정 한 정 쪼아내려가던 석공이
일손을 거두고 산을 내려가던 그날도
저녁 햇살이 빠르게 사라져갔으리라.
나한전
석가모니부처님과 나한존자들을 모셨다.
석가모니불 뒤의 탱화가 이채롭다.
요사채에서
차를 마셨다.
스님이 끓여주는 차에는
가지가지 인연이 녹아있다.
어찌 살 것인가.
웃고 살지.
포대화상처럼 넉넉하게
웃음마저 베풀며 살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 하지만
도가 평상심이 되게 하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그처럼
웃는 일도 참 쉽지 않지만
정각사 포대화상이 있어 그냥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