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 내산면 월명산
금지암으로 가는 길은
오를수록 더 깊어졌다.
해발 544m 월명산 정상
차령산맥의 끝
이곳 금지암까지
포장된 도로.
그동안 산세가 험하여
폐사 지경에 이르렀던 금지암을 복원해 놓은
도진스님의 공덕비.
금지암 터를 모두 복원해놓고
훌훌 열반에 드셨다.
도량 안으로 들어서면
극락전과 샘물 바위.
금지암은
이곳 월명산 정상의 샘에
금잉어가 산다고 하여 불려지는 이름이라 한다.
법당 옆 바위틈에 금잉어는 없지만
지금도 샘물이 철철 흐른다.
신경준의 『가람고』 등에 금지암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다.
산기슭을 따라 들어선 전각.
요사채에서 극락전을 지나 산신각까지
혹은 오백나한전까지
산기슭을 따라 오르내리게 배치되어 있다.
극락전
산신각
이 금지암이
수행처로 이름나게 된 것은
바로 극락전에 모신 나한님과 극락전 옆 금지 때문.
금잉어가 살았다는 금지.
없는 번뇌도 식혀주는
시원한 물맛.
극락전에는 아미타불과 좌우협시보살
그리고
금지암 나한존자.
이 나한존자의 영험함은 지금도 유효하다.
어느해였다.
동지날을 앞두고 팥죽을 쑤어야 할
이 금지암의 공양주가
깜박 잠이 들어 불씨를 꺼트렸다.
깨어보니 이미 날은 밝아오고 불씨는 꺼져있어
혼비백산한 공양주는
산 아래 신도의 집으로 허겁지겁 찾아가
자신의 실수를 고하고 불씨를 얻으려 했다.
그런데 그 산아래 마을 사람이 하는 소리가
아침 일찍 금지암 아기동자가 와서 불씨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공양주가 놀라서 금지암에는 아기동자가 없지 않느냐고 하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한
마을사람들과 공양주 등이 서둘러 금지암으로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공양간의 불씨는 살아나 있었고
가마솥에는 팥죽이 끓여져 있었다.
놀라서 두리번거리다가 법당으로 들어와보니
바로 이 나한존자가
팥죽을 맛있게 드시다 흘리셨는지
입가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는 것이다.
나한존자 상호의 하얀 부분이
그때 팥죽이 묻어 닦아낸 흔적이라 한다.
주지스님께서
정성껏 간절히 기원하면
꼭 그 발원을 이뤄주신다고 하여
인연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여지기를 기원했다.
나한존자와의 그 인연으로 하여
도진스님이 완공해낸 오백나한전
오백나한전으로 가는 길이
무척 가파르게 보이지만
막상 걸으면 평지를 걷는 것보다 편안한 느낌이 든다.
현재의 주지스님 말씀에 의하면
이 오백나한전 자리는
금지암 옛 법당 자리라고 하며
현재의 극락전 자리는 나한전 자리라고 한다.
이곳 오백나한전 옆으로도
샘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물줄기가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번뇌를 식힐만큼은 흐르고 있어
나그네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샘물의 공덕이
참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