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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송광사에 가다

by 산드륵 201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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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어느날.

느닷없이

행랑도 없이

집을 나섰다.


느즈막히 도착한 송광사




청량각 아래로 흐르는

그 물소리 여전한가 



훠이훠이 오르는

길섶의 풍경들도 여전한가



대숲에 살던

큰 스승들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 길



참 오래

꿈을 꾸다

왔구나

송광사



송광사 조계문.

진리의 세계에

무슨 문이 있냐하지만

이 정도 멋스러움은 누려도 된다.



사자같기도 하고

원숭이 같기도 한 돌짐승.

사자가 아니기도 하고

원숭이가 아니기도 하니

사자라고 할만한 고정된 형상도 없고

원숭이라고 할만한 고정된 형상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구나.



차고 맑은 송광사



오래된 세월각과 척주당.

그 작은 집이

오히려 평화롭다.

죽은자는 큰집이 필요하지 않다.



고향수枯香樹

정혜결사로 송광사를 대가람으로 일으켜 세우신

보조지눌국사의 나무.

지눌스님이 송광사에 머물게 되면서 심었는데

입적하시게 되자 이 나무도 시들었다 한다.

이 고향수에 새잎이 돋으면 지눌국사도 돌아온다는데

그 날이 언제일까.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



현판에

정이 담뿍 담겨있다.



승보종찰 송광사

물빛조차 담담하다.



머무르는바 없이

머무르다 떠나가니

물결조차 일지 않는다.



송광사 대웅보전



과거불인 연등불, 현재불인 석가모니불, 미래불인 미륵불을 모셨다.

대웅보전에 참배하고

지난 2월 18일 원적에 드신 보성 방장스님 영정에 예를 올린다.



몇 해 전 3월

법정스님도 훠이훠이 이곳을 떠났다.


 

약사전과 영산전



약사부처님

아파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시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마음을 어디에 두랴



느닷없이

이곳까지 불러주신

보성 방장스님의 열반게.

불법문중 입도한지 일흔 다섯해

부지런히 삼학 닦고 계율 지켰네

오늘 낮에 뜬구름 몸 버리고가나

다만 오직 바른불법 영원하기를

空門入道七十五 

勤修三學淨毘尼

今日捨報浮雲身

但願正法永久住



지장전



승보전



부처님과 10대 제자

16나한과 1250명의 스님

16나한과 1250명의 스님



배고프면

비사리구시에 밥지어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그렇게

관세음보살을 따라한다.

반야바라밀다한다.



버리고

맑아진다.




혹은 버릴 것도 없음을 알고

원래 맑았음을 안다.



남은 일은 하나.

그저 맑게 흘러라.

이것이

송광사 3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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