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 비쿠(ehi bhikkhu)!
오라, 비구여!
선래善來, 비구여!
붓다는 깨달음을 이루고 난 후에 바라나사 녹야원으로 찾아가서 이전에 함께 수행하던 이들을 만나 붓다가 깨달은 법을 설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꼰단냐가 붓다의 깨달음을 알아차리고 구족계를 받고 귀의하고자 하자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오라, 비구여! 법은 잘 설해졌으니 바르게 괴로움의 끝을 이루기 위해 범행梵行을 닦으라."
에히, 비쿠(ehi bhikkhu)! 붓다의 이 말씀 하나로 구족계는 완성된다.
제주시 선흘 선래왓은 그런 곳이다.
수행자들을 반갑게 맞아하는 앙코르왓, 그리하여 선래善來왓.
선래왓 보리도량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봉안하고 좌우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지혜와 지혜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주불 뒤의 밝고 환한 탱화는 탐라국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제주의 역사를 도상화하여 놓은 것으로 퇴산 오석훈 화백의 작품이다.
신장단. 칼을 들고 수행자들을 수호하고 계시다. 신장단 뒤의 반야심경도 오석훈 화백의 글씨이다.
불기 2567년 초파일이 보름 남았다. 선래왓에도 연등이 피었다.
점등식으로 어둠을 밝히듯 매순간 매순간 스스로 마음의 점등식을 하지 않으면 수행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한 점등식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 벗의 마음
그 마음을 알고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오는 것도 벗의 마음
그런 벗들을 바라보는 즐거움
이런 것이 무상無常한 세상을 사는 즐거움
연등 핀 도량을 걷기
연등 아래 오래 서서 서성거리기
저녁의 서늘한 바람에 흔들리기
나무야 나무야 불러보기
연등에 이름달아줄 그리운 이들 떠올리기
오색 연등빛에 물들기, 걷기, 머물기
이것은 초파일이 오기 전에 보름 동안만 가능한 일
야간 연등길 걷기
마음을 맑게 씻고 초파일을 기다린다.
세간에 살지만 세간을 이해하였기에 세간에 물들지 않은채로 세간에 물들 수 있다.
오라! 비구여!
보름 동안의 일몰 이후에 무지개처럼 떴다 사라지는 연등의 길로 붓다처럼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