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제주 아침의 목장 길
작은으아리꽃이 눈처럼 소복이 쌓였다. 꽃이 눈처럼 쌓였는데 그 풍경을 보고 시한수 떠올리지 않는다면 꽃도 인생도 사랑했다고 말하기 어렵겠다.
見櫻花有感/ 한용운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의 꽃은 눈과 같구나
그 눈도 저 꽃도 참이 아니거늘
어째서 내 마음은 찢어지려 하는가
소들이 낸 길. 소똥만 길따라 질서정연하게 흩어져 있고 말똥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에 목장이 설치된 것은 1276년 몽골이 제주를 직할령으로 삼고 말을 키우는 탐라목장을 설치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다가 그 목장으로 인해 1374년 려원연합군의 침략을 받아 간과 뇌가 제주의 땅을 뒤덮는 처참한 학살의 시대를 보내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이 목장의 형태가 발전하며 제주의 중산간 지대에 십소장十所場과 산마장山馬場이 들어섰다. 목장은 말만 키우던 것이 아니고 소도 키웠는데 모동장毛洞場, 천미장川尾場, 황태장黃泰場 등이 그것이다.
해발 200m에서 700m까지의 제주 중산간 목장의 풍경
알 수 없는 표식의 알오름은 누구를 기다리는 비밀스런 무덤이던가.
등 뒤에는 늘 한라산
곁에는 늘 우공
제주에만 있는 공동목장의 풍경.
제주의 목장은 마을목장과 공동목장으로 구분된다. 마을목장과 조합원들이 모여 이루어진 공동목장은 그 주체가 다르다.
공동목장은 조합원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그 조합원들이 겨울이 오기전까지 소를 이곳에서 방목하다가 겨울이 되면 축사에서 사육하고 봄이 되면 다시 목장에서 방목한다.
제주에서 방목을 통해 소나 말을 키우는 풍속은 제주의 땅들이 대부분 농사짓기에 어려운 뜬땅이어서 방목을 통해 소나 말이 땅을 밟아주도록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목동들이 쉬어가는 소나무 그늘. 오늘은 목동의 길에서 내가 무심히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