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위로, 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
영월 나한상이 제주에 왔다. 국립춘천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던 영월 창령사 나한상들이 2023년 10월 13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제주국립박물관으로 나들이 온 것이다.
그대에게 위로를
나에게 위로를
나와의 대화
그리고 영靈과의 대화를 이어주는 동자들과 나한상들
자라를 든 댕기머리 동자
자라를 든 쌍상투 동자
동자의 마음에 서린 길을 따라 걸어가 보면 이승과 저승이 본래 그 자리임을 알게 된다.
제주 동자석
영가를 지키는 동자석
산 자를 위로하는가
죽은 자를 위로하는가
『화엄경』에서는 말했다. “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세상이 평화롭다.” 이승과 저승이 평화로워지는 이 이치를 겪어보았는가!
2001년 5월 1일, 영월 창령사지에서는 오백나한의 일부로 추정되는 나한상과 기와류, 도자기류 등이 발굴되었고, 그 나한상들은 나의 어머니, 아버지, 혹은 나의 형제와 이웃을 닮은 모습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보주를 든 나한상
바위 뒤에 앉은 나한상
유홍준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에서 이렇게 설명하였다.
나한은 아라한의 준말로 일체의 번뇌를 끊고 지혜를 얻어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 성자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석가모니의 직제자와 역대 고승대덕들을 일컬으며 십육나한, 오백나한으로 발전하였다. 나한상 조각 중에는 집체적으로 봉안되어 마치 설치미술을 보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집단적 조각군이 있다. 2001년 영월 창령사터에서 발굴된 300여 구의 오백나한상은 국립춘천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뛰어난 디스플레이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그 연원에 대해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온 "창령사는 석선산(石船山)에 있다"라는 내용이 전부이고 그 이상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얼굴뿐만 아니라 자세도 제각각이어서 제작 의도 자체에 나한의 여러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 조형의지가 명확히 나타나 있어 서민적이고 토속적이지만 개성적인 인체 조각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나한상들은 모두 정형으로부터 크게 일탈한, 파격적이고 해학적이며 민중적인 조각상이어서 조선시대 불상조각의 별격을 보여준다. 이들은 개별 조각상으로도 명확한 자기 표정을 갖고 있지만,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그 종교적 예술적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물론 국립춘천박물관의 나한상들이 이번 전시 기간에 모두 제주에 온 것은 아니다. 마음에 사무쳤던 몇몇의 나한상들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내 마음을 닮은’ 그 나한상들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싶으면 제주 전시가 끝난 뒤 국립춘천박물관을 찾아서 그 나한상들을 오롯이 만나보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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