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읍 세화리 통항동 회관 앞의 팽나무. 세 그루의 우람한 팽나무가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 일대가 이 마을의 오래된 중심지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충분히 불러일으킬만하다.
이곳 '세화리細花里'의 원래 지명은 아끈다랑쉬에서 세화리 남쪽까지 뻗어온 '가느다란 곶자왈'을 뜻하는 '고는 곶'이었다. 그런데 조선 숙종 이형상목사가 『탐라순력도』에 '가느다란 꽃'을 뜻하는 '細花'로 기록하면서 '가느다란 곶자왈'이 아니라 '가느다란 꽃'인 '細花'로 불리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통항동은 이곳 세화리에서 맨처음 물통이 생긴 곳이어서 통거리로 불리다가 지금은 통항동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 오래된 거리에서 만난 금정사
금정사의 꽃은
피어도
연등처럼 피는구나
금정사 창건주 경운당 사적비
표선면 토산리에서 1919년 출생하신 창건주 경운 스님은 18세에 토산리에 사찰을 창건하고 염불정진하시다가 1937년 원당사에서 김홍기 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셨다. 이후 여러 사찰에서 수행정진하시다가 1962년 세화리 통항동에 금정사를 창건하셨다. 1974년에는 태고종 제주교구종회의원을 역임하셨다. 금정사는 1991년에 세화리 전항동으로 이전하기도 하였으나 2015년에 다시 현재의 자리로 돌아왔다.
근대시기 제주불교를 이끌었던 선지식들의 흔적을 이곳에서도 만난다.
작약
곧 초파일이다.
꽃들도 서서히 깨어난다.
숨어 있어도
그 향 때문에
곧 드러나고마는 금정사의 꽃들
주지스님은
초파일 연등을 달 준비를 하시다 말고 외출하셨다.
일손들을 부르러 가셨나.
금정사 법당과 요사채
연등이 내걸린 법당 안에 향내음이 가득하니
기도가 한나절을 넘겼나 보다.
삼존불
반가사유상
이곳 법당의 상단 왼편에는 고려불화를 배경으로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단이 있다.
화려한 보관을 쓴 보살
포대화상
각층의 면마다 불보살이 새겨지고 각층마다 삼면불이 조성되어 있는 장엄구.
티베트 불교와 관련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주지스님을 기다려 궁금증을 풀고 싶었지만 오래 기다릴 수 없는 일정이 안타깝다.
산치대탑과 같은 7층의 탑을 세우고 맨 위에는 보주를 올렸다.
각 면마다 꽃비처럼 내려오시는 불보살님들
진신사리탑
사리 1과를 친견한다.
길은 늘 고운 인연으로 이어지니
금정사에서 큰 가피를 입는다.
창건주 경운당 두성 화상과 화주 이양옥 보살님
님은 갔어도
그 님의 뜻은 오롯이 남아
여전히 꽃으로 피는 금정사.
오늘은 금정사에 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