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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봉개 안국사

by 산드륵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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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개 안국사

 

 

참 고운 법당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과 지장보살, 관세음보살을 봉안하여 놓았는데

초파일이 다가와서 그런지

삼존이 보석처럼 푸르게 빛난다.

 

 

우리는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

 

 

안국사 노스님은 여전히 꽃밭과 텃밭을 가꾸시며

오가는 길손에게 믹스커피를 대접해주시는데

그 선량한 미소가

왜 수행을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된다.

 

 

노스님의 미소를 뒤로 하고 나오며 만난 양귀비꽃.

꽃처럼 고운 사람도 만나고, 안국사 주지스님의 글도 소개 받았다.

믹스커피값으로

희상스님의 글을 사경하기로 했다.

 

 

「예경하는 계절 '사월'」/ 희상스님(출처:법보신문)

 

제주의 사월은 무척 바쁘다. 은사스님이 계신 작고 오래된 절, 안국사에서 일요정진을 고사리 꺾는 소풍으로 했다. 불자님들과 새벽안개 자욱한 숲 자왈로 향했다. 고사리 한 개를 발견하면 몸을 한번 구부리고 고사리 열 개를 발견하면 몸을 열 번 구부린다. 두 시간 동안 수백 개의 고사리를 꺾었다면 수백 번 몸을 구부렸을 것이다.

자연에 예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땅을 향해 백번, 천번, 만번 절했을 제주의 어멍·할멍들의 산신기도는 살아있는 신앙이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보살들처럼 고사리가 피어오르는 모습들이 보배로운 법신이 되어 눈앞에 현현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찬란하다. 산과 들을 향해 따뜻함과 감사함에 예경하는 것이 산신기도며 절 기도다.

‘디가니까야’의 ‘시갈로와다경’에 육방의 비유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본다.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 시갈라라는 장자의 아들이 강가에 나와 옷과 머리가 젖은 채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동, 서, 남, 북, 위, 아래 방향을 향하여 예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시갈라에게 말씀하셨다.

“시갈라여! 그대는 왜 이렇게 옷과 머리가 젖은 채 여러 방향에 예배하는가?”

“부처님! 저의 임종하신 아버지가 여섯 방향을 향하여 예배하여야 한다셨습니다.”

“시갈라여! 그런 식으로 여섯 방향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 거룩한 가르침을 주십시오!”

“시갈라여! 거룩한 제자는 어떻게 여섯 방향을 보호하는지 다음과 같이 알아야 한다. 부모는 동쪽, 스승은 남쪽, 아내와 아이들은 서쪽, 친구와 동료는 북쪽, 하인과 고용인은 아래쪽, 사문과 브라만은 뒤쪽이라고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들이 부모를 섬겨야 하는 일, 부모가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일, 제자가 스승을 섬겨야 하는 일, 스승이 제자를 돌보아야 하는 일, 남편이 아내를 섬기는 일,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일 그리고 주인이 고용인을 대접해야 하는 일, 고용인이 주인을 섬겨야 하는 일 등 우리가 일상생활 안에서 항상 만나는 가까운 가족과 스승과 일터의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일러주셨다.

산과 들에 나가 고사리를 꺾으며 몸을 숙이고 예경하는 곳이 어디 땅뿐인가. 겹겹의 인연이라는 가르침에 비추어보면 한 사람의 인생, 한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치겠는가. 내 안에 예경의 등불을 밝히기만 하여도 주변 모든 사람에게 그 빛은 엄청나게 퍼져 나간다. ‘법화경’의 ‘약왕보살본사품’에 “보살은 사바세계에서 어떻게 머뭅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있다. “보살은 사바세계에서 즐겁게 머문다.” 즐기는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과 맡은 일을 해내는 것, 부담감에서 벗어나 소풍처럼 자유롭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행하면 그것이 곧 보살의 실천이 될 수 있음이다.

존재만으로 주변 사람과 세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중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고, 승가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없으면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은 존재만으로 선한 영향력을 준다. 왜 그럴까? 바로 ‘예경’에 그 비결이 있다고 본다. 예경하는 이는 가벼움이 없다. 달라이라마 존자도 “친절한 예경이 종교”라고 하셨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량을 정제하고 장엄하는 일로 불자님들이 분주하다. 동서남북과 사방에 몸을 구부려 살펴야 할 곳도 가득하다. 허공 중 손가락을 우뚝 들어 존귀함을 선언하신 그분 붓다! 위, 아래 모든 이들이 홀로 자유로우리라 하신 그분, 붓다! 그분을 향해 지극한 예경을 드린다. “간절히 두 손 모아 가볍지 않고 신실한 마음으로 몸을 구부려 친절한 미소를 지으라. 당신이 부처가 아니면 누가 부처이겠는가”하고 말씀하신 틱낫한 스님처럼 모든 이들을 향해,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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