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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연동 선림사

by 산드륵 2024.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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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선림사

 

 

선림사에 무명無明을 밝히는 등불이 활짝 피었다.

 

 

아사세왕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법문을 청하여 들을 때였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기름등불을 공양올려 복을 빌며 온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러나 가난한 여인 난타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난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팔고 그 돈으로 기름 한 되를 구하여 기름등불을 밝혔다. 그렇게 등불은 밤을 밝혔다. 시간이 흐르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도시를 물들였던 등불들은 아침이 되자 모두 꺼졌으나 난타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고 아난존자와 목건련존자가 의아해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의 등불은 지극한 마음과 큰 원력을 지닌 등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연등 행사가 열렸다. 그것이 발전하여 고려 초기에는 정월 15일 연등회로 발전하였다. 『고려사』에 의하면 연등회는 고려 성종 6년에 멈추었다가 현종 때에 와서는 2월 15일에 행해졌다고 한다.

 

顯宗元年閏二月 復燃燈會 國俗 自王宮國都以及鄕邑 以正月望 燃燈二夜 成宗 以煩擾不經 罷之 至是復之 二年二月 設燃燈會于淸州行宮 是後 例以二月望行之

현종 원년 윤2월에 다시 연등회를 열었다. 우리 나라 풍속에 왕궁과 수도로부터 향읍에 이르기까지 정월 보름에는 이틀밤에 걸쳐 연등하여 왔다. 그러나 성종이 분잡하고 상도가 아니라 하여 폐지하였던 것을 이 때에 와서 다시 열게 되었다. 2년 2월 청주 행궁에서 연등회를 다시 열었다. 그 후부터는 2월 보름에 연등하는 것이 전례로 되었다.

 

 

恭愍王二十三年正月壬午燃燈 初 太祖 以正月燃燈 顯宗 以二月爲之 至是 有司 以公主忌日 請復用正月

공민왕 23년 정월 임오일에 연등하였다. 처음 태조는 정월에 연등하였고 현종은 2월에 연등했는데 이번에 해당기관에서 공주의 기일에 해당한다 하여 다시 정월로 고칠 것을 청하였던 것이다.

 

 

연등회는 1월보름, 2월보름, 초파일, 백중 때는 물론이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온누리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고려 말기까지 이러한 연등회의 모습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조선조 개국으로 배불정책에 의해 연등회 폐지가 논의되다가 1415년 태종 15년에 연등회는 폐지되고, 다시 1416년 태종의 명령에 의해 연등회를 음력 4월 8일로 일원화하여 행하도록 조치되었다. 초파일의 연등행사는 민간의 세시풍속으로도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대나무와 종이로 등을 만들었다.

성문에 등을 달았다.

큰 길가에도 등을 내걸었다.

밤이면 성안에 불이 난 듯이 환했다.

 

 

초파일 연등놀이는 거리마다 집집마다에서 행해졌다.

학, 잉어, 거북, 오리, 연꽃 등등 온갖 형태의 등이 세상을 밝혔다.

주마등도 있었다.

주마등은 두 겹으로 만든 등 안쪽에 여러 그림 조각을 붙여 만든 등인데 안에 불을 켜서 회전시키면 움직이는 그림자가 바깥에 비치는 등이다.

 

 

조선조는 배불정책으로 불교 탄압에 나섰지만 이미 사월초파일의 행사는 세시풍속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막을 수가 없었다. 초파일에는 통행금지도 해제되었다. 사람들은 초파일의 밤을 즐기기 위해 성밖으로 나갔다. 성밖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등불을 밝히고 향을 올리며 탑돌이를 즐겼다. 절마다 행해지는 춤과 음악, 곡예를 구경하며 밤새도록 즐겼다. 아이들은 등불 아래서 삼삼오오 모여 떡을 나누어 먹었다. 볶은 콩도 꺼내와 먹었다. 주변에는 전국의 상인들이 큰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장판을 열었다. 연등의 밤은 밤새도록 흥겨웠다.

 

 

선림사 대웅보전과 사리탑

 

 

삼존불

 

 

어둠에서 벗어나 환하게 살라.

 

 

사월초파일만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축제를 즐겨라. 스스로를 환하게 밝히지 못한 날은 잃어버린 날에 다름없다.

 

 

관음전

 

 

 

관세음보살

 

등불을 밝힌다.

가난하더라도 지극한 마음의 난타처럼

그렇게

마음의 등을 밝히고

세상을 향해 돌아선다.

 

 

좋은 인연

좋은 도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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