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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승 혜일은 이곳 종달리와 하도리 사이의 용항포로 동불상을 모시고 들어왔다. 용항포의 원래 이름은 용목잇개이다. 용의 목처럼 휘어진 포구라는 뜻이다. 지금은 용의 목을 가로질러 해안도로가 개설되어 있고 포구의 기능도 상실된지 오래이다. 하도리 철새도래지로 널리 알려진 이곳 해안습지로는 해마다 30여종, 대략 3,000~6,000여 마리의 철새들이 월동을 위해 찾아든다는데 겨울이 지나자 모두 떠나고 말았는지 지금은 철새였다가 텃새가 된 몇몇 종류의 새들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연안습지

 

 

연안습지는 새들의 중요한 서식처이자, 휴식처이며 조간대 생물의 다양성을 높여주고 영양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생태자원이다. 거기에다가 고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맑은 바다 정원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뱃길 끊긴 용항포와 지미봉

 

 

백로 한 마리가 한없이 일렁이는 파도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

꼿꼿한 다리는 삼매에 든 이처럼 미동조차 않는다.

 

 

고요히 삼매에 든 곳은 또 있다.

하도리 명법사.

 

 

알 수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사꿀루다이 짧은 경」(M79)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

 

 

「인연 경」(S12:60)

 

이 연기緣起는 참으로 심오하다. 그리고 참으로 심오하게 드러난다. 이 법을 깨닫지 못하고 꿰뚫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실에 꿰어진 구슬처럼 얽히게 되고 베 짜는 사람의 실타래처럼 헝클어지고 문자 풀처럼 엉키어서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 처,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합장 / 김소월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길가에 우뚝하니. 눈감고 마주서서.

먼먼 산山. 산山절의 절 종鍾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적정寂靜

 

 

너를 두고 /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화엄경

 

내가 고요하면 세상이 고요하다

 

 

마음목욕

 

 

아함경 칠불통계七佛通戒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라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금강경 사구게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

만약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곧 여래를 볼 수 있으리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열반유훈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라

진리에 의지하고, 진리를 스승으로 삼아라

진리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리니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회향 / 박노해

 

부처가 위대한 건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 아니다

고행했기 때문이 아니다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다

부처가 부처인 것은 회향廻向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크게 되돌려 세상을 바꿔냈기 때문이다

자기 시대 자기 나라 먹고 사는 민중의 생활 속으로

급변하는 인간의 마음속으로

거부할 수 없는 봄기운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욕망 뒤얽힌 이 시장 속에서

온몸으로 현실과 부딪치면서

관계마다 새롭게 피워내는

저 눈물 나는 꽃들 꽃들 꽃들

그대 오늘은 오늘의 연꽃을 보여다오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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