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에서 발원하여 제주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천 깊숙한 곳에 추사의 ‘영천靈泉’이 있다. 추사의 글씨체로 알려진 마애각 ‘영천靈泉’은 한북교에서 진입하면 600여 미터, 방선문교(온난화 대응 농업연구소) 옆으로 진입하면 100여 미터 지점 하천 암벽에 새겨져 있다. 한북교에서 방선문까지는 대략 1.7km 정도된다.

거북바위

한천 하구 용연에서 방선문으로 올라가는 거북이라고 한다. 한라산신들은 산천단으로 내려왔다가 방선문을 거쳐 한천 하구 한두기 선반물에 가서 좌정하여, 난리통에 죽고 전염병에 죽고죽어 제사를 지내줄 이도 없이 쓸쓸히 떠도는 영혼들을 위해 때마다 제사도 지내주었는데, 거북이는 산신들이 내려온 그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알고보니 거북이는 방선문 영구춘화 시절에 유람왔다가 물길이 말라 돌아갈 길을 잃고 굳어졌다는데, 그 제대로 된 모습은 한천에 물이 불었을 때 확실히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방선문에 대한 문헌기록은 1695년(숙종 21) 8월 19일 한라산을 두 번째로 오르다가 일기 불순으로 중간에 하산한 제주목사 이익태의 『지영록』에 처음 보인다.
"두 갈래 계곡이 모여 합쳐져 북쪽으로 흐르는데 경치가 말끔하였다. 하나의 커다란 암석이 언덕에서 이어져 옆으로 누웠는데 골 입구의 가운데가 통하여 큰 구멍이 마치 문과 같았다. 진달래와 단풍 등 꽃나무들이 좌우 푸른 벼랑에 번갈아 줄을 지었는데, 봄가을에 놀러와 구경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이익태 이후에는 방선문을 한라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나는 명승지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한우는 영주10경의 제3경으로 품제하였다.

방선문으로 가는 오라올레길

오라올레길은 고지교ㅡ제주문학관ㅡ한라도서관ㅡ제주 아트센터ㅡ한북교ㅡ방선문까지 편도 약 4.7km이다.

선래왓 나마루빠 벗들의 추억도 이 길에서 밟힌다. 반갑다.

가카원이. 가카원이는 안내문에 의하면 “각하천覺夏川이라 하는데. ‘더위에 지친 몸을 차가운 샘에 담그니 문득 깨달음이 있구나.’ 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泉’도 아니고 ‘川’으로 기록해 놓았는데 좀더 정확한 고증을 통해 다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오라동 사람들은 백중에 물맞이하던 ‘창꼼소’를 ‘가카우니’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오라동의 유명인사였던 이응호가 ‘가카우니’를 음차하여 ‘覺夏泉’이라 지어 새겼다.

가카원이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날카로눈 눈초리로 지켜보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기준으로 삼고 ‘영천靈泉’을 찾아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

남쪽 계곡

말벌집. 빈집이다.

북쪽 계곡

이곳의 암벽 중간에 ‘靈泉’이 새겨져 있다. 이응호는 『용담실기』에서 “영천은 정실마을 각하원의 우측 바위에 있는데, 옛 참판 김추사의 유묵이다. 이에 그것을 인하여 새겼을 뿐이다. [靈泉 右在井室村覺夏源之西巖而故參判金秋史之遺墨也 仍刻焉耳]”라고 하였다.

靈泉. 김정희는 1840년(헌종 6)부터 1848년(헌종 14년)까지 약 9년 동안 제주에 유배와서 위리안치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 이기조를 제자로 맞았다. 이 시기에 이기조는 추사의 ‘靈泉’이라는 글씨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기조는 24세에 요절했고 그 동생인 이기온이 그 글씨를 간직하고 있다가 ‘가카우니’ 근처의 절벽에 새겨 놓았다. 그리고 훗날 이기온의 아들인 이응호는 ‘靈泉’ 마애각 옆 ‘가카우니’ 바위에 '각하천'이라는 마애각을 남기고 칠언절구도 지어 남겼다.
영천靈泉/이응호
壁間承筧石頭眠
尋蹟重來意黯然
小子服膺何敢慢
久藏秋筆亦奇緣
절벽 사이 물길이 이어진 바위 밑은 잠잠하기만한데
흔적 찾아 다시 오니 마음은 아련하구나
소자가 가슴에 대고 기억함에 어찌 감히 소홀함이 있겠는가
추사의 필적을 오래 소장한 것 또한 기이한 인연이로다

영천이라 새겨진 바위절벽 아래에는 ‘소’가 형성되어 있는데, 반대쪽 암벽 밑에서 솟는 샘물이 이곳 절벽 아래 ‘소’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천의 용천수, 영천靈泉의 근원. 지금도 조금씩 물이 솟고 있다.

천마도인가

노린재나무인가

찔레꽃 좋은 계절이라 걷는 걸음걸음에 꽃내음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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