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We, Such Fragile Beings

산드륵 2026. 6.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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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포도뮤지엄을 찾았다

비가 와서

 

2025. 8. 9 – 2026. 8. 8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We, Such Fragile Beings

 

포도의 제3전시관에는 부지현, 김한영, 송동, 쇼 시부야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순간들, 감각, 기억을 붙잡고 세계와의 관계를 탐색한다. 이 공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작가들을 소개하는 'ACA in POD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부지현의 솔리드 시(Solid Sea)는 폐집어등과 소금, 푸른빛으로 구성된 공간 설치작품이다. 조명은 수평선 위에 정박한 어선처럼 잔잔하고 쓸쓸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작가에게 바다는 개인적 기억과 감각이 깃든 공간이다. 소금은 생명의 흔적을 상징하고, 그 위로 드리워진 빛은 마치 별빛이 바다에 닿는 듯한 착시를 만든다. 기능을 다한 사물들이 홀로 남겨진 풍경을 볼 때, 그 쓸쓸함이 문득 우리가 잊고 지냈던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고요한 바다 위에 놓인 이 설치는 기억과 감각의 깊이로 천천히 스며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제주의 바다에서 자란 부지현은 자전적 기억과 감각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설치미술가다. 이 작업은 폐기된 빛과 사물을 재구성하여 낯선 그리움을 일깨우는 몽환적 장치다.

 

 

김한영의 캔버스는 시간이 응축된 풍경이다.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유화물감을 붓끝으로 찍어내며 물감 본연의 점성과 무게를 화면에 축적해나간다. 수없이 반복된 붓질은 캔버스 위에 작은 뿔처럼 솟아올라 물감 덩어리를 만들어내고 이들이 모여 트위트 천처럼 세밀한 표현을 직조한다. 평면회화이지만 조각처럼 건축된 이 화면에서 개별적으로 미미해 보이는 각각의 흔적들이 서로 지탱하며 거대한 전체를 이루고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김한영의 작업은 다른 방식의 응시를 요구한다.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보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되묻는 이 화면들 앞에서, 우리는 인내와 축적이 만들어낸 장대한 풍경을 경험한다.

 

 

송동의 작품

 

베이징 후통 지역에서 수집된 낡은 창문과 문들이 병풍처럼 나란히 서 있다. 벗겨진 페인트, 금이 간 유리, 낡은 나무들이 각기 다른 시대와 형태를 간직한 채 서로의 모서리에 기대어 균형을 이룬다.

 

 

 

 

쇼 시부야의 작품

 

아름답게 채색된 뉴욕타임스 신문 36점이 질서있게 걸려 있다. 한쪽 벽면에는 총격 사건과 전쟁, 재난과 참사의 소식들이 압축된 색면으로 기록되어 있고, 마주한 벽면에는 같은 날 아침의 광활하고 고요한 풍경이 펼쳐진다. 관객은 힌지로 설치된 액자를 넘기며 채색된 화면과 원본 신문을 번갈아 본다. 인간사의 격렬한 소란과 우주적 평온함이 같은 24시간 안에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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