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상효동 85번지 깊은 숲에 우뚝 솟은 선돌입니다.
예전에는 멀리서도 선돌의 선명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초록이 바위를 덮어
그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습니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달려 서귀포 지경에 이르면 남서교가 나타나는데,
이 다리를 지나 우회전하면 선덕사 일주문이 나타납니다.
사진 속의 선돌은
바로 이 선덕사에서 약 1km 정도
숲으로 걸어 올라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설에는
일제 강점기 말기, 일본군 주둔지가
이곳 선돌 일대에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 일본군이 주둔했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아직까지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네요
이 선돌 바로 밑에 이르면
연꽃 속 같은 명당에 자리한
조계종 선학원 선돌 선원이 나타납니다.
나그네가 찾아오면
새들은 달아나고
암자를 지키던 백구들만 소리를 높입니다.
선정에 들었던 스님은
성가신 기색 하나 없이
법당으로 오르는 길목을 일러줍니다.
동백 숲길을 따라 조그만 돌탑들이
중생들의 염원을 담고있습니다.
법당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물 주전자입니다.
아침마다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을 떠서
부처님께 맨 먼저 공양하였을 것입니다.
샘물이 흘러내리는 바위에
뿌리를 내린 어린 나무입니다.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근대 제주 불교 초기의 법당이 저러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정겨움이 더했습니다.
법당 안에 모셔진 부처님입니다.
조그만 초가 법당 안의 조그만 부처님.
초가 법당 내부는 한지로 발라 놓았는데
조그만 창문 바로 위에
'佛'자가 .....
법당 밖에 걸린 목탁입니다.
때마다 목탁을 울려도
새소리와 물소리를 닮아
초가 법당의 굴묵입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댁에 놀러가면
할아버지는 직접 굴묵에 불을 넣어
방을 따뜻하게 덥혀 주시곤 했었죠.
법당 옆의 인등각도 초가로 아담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정화수가 참으로 정갈스럽게 올려져 있더군요.
법당에서 내려오는 길
암자 앞에는 조그만 연못에
작은 선돌이
제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잔디에 뿌려진 햇살이 참 곱지요?
연자방아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지만
예전에 누가 이 연자방아를 돌렸을까
궁금해집니다.
선돌 선원은
이곳 스님들의 수행을 돕기 위해
참배하는 분들에게
고요히 머물다 갈 것을 권합니다.
아무도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숲이 그렇게 일러주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요.
그러나
산책 가족님들이라면
그 숲이 반기실 것 같아
용기내어 글을 올렸으니
혹시 방문하시게 되면
경건히 참배하실 것을
삼가 부탁드립니다.
나무불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