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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서산사

by 산드륵 200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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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변경 속으로, 서산사

 


철쭉이 활짝 피어있던 날

서산사로 향했습니다.

붉디 붉은 제주의 꽃들은

그저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서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서산사로 향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정읍 동일리는 가시가 많아 가시오름이라 불리는 오름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대정 오일장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서산사 낮은 돌담과 마주한 이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서산사는 법정사 항일 운동 당시

선봉대장으로 항일 투쟁을 이끌었던 강창규 스님이

1940년대에 창건하신 사찰입니다.



 

서산사 입구의 오래된 종각의 모습이

예스러움보다는 오히려 쇠락을 연상케 하지만

그러나 이 사찰의 의미는 결코 쇠락해선 안되는 것들입니다.

무오년 법정사 항일 운동이라 함은

김연일, 강창규, 방동화 스님 등 수명의 스님이 주도하여

국권을 회복하고자 일으킨 항일 운동으로

당시 이 항일운동에는 법정사 신도를 비롯한 400여명이 주민이 참여하였으며

1919년 3.1운동보다 1년 앞서 일어난 단일지역 최대규모의 항쟁이었습니다.

이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루고 난 후 제주로 돌아오신

강창규 스님이 머무른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오는 길에 만난 철쭉과는

너무 다른 철쭉의 모습입니다.

화사하기는 매한가지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역사처럼

법당 한 쪽 구석에

숨어있는 듯 보였습니다. 

 

 

부처님께 참배하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둘러보니 반가운 보살상이 보였습니다.

이곳 불교산책에서 뵈었던 보살상입니다.

사진 속 관세음보살상 옆으로 작은 보살상이 보이세요?

 

 

이 보살상의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따르면,

조성 당시 관찰사는 전라도 관찰사로 재임하고 있던 남세웅이고,

목사는 나주목사 봉사종이었던 것으로 보아

나주 지역에서 조성된 보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청동제관에, 큰 코, 넓은 인중, 두툼한 귓볼 등이 조화를 이뤄

마음에 스스럼없이 다가옵니다. 

발원문에 의하면 이 보살상은 1534년 조성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강창규 스님을 닮았나 하여 오래오래 지켜 보았습니다.

 

 

저 나무는 나무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가 맞나요?

저는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다만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린 모습이

도저히 꽃을 피울 것처럼 보이지 않아

자꾸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생전에는 스님도 이 배롱나무 아래서 개화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서산사 바로 앞, 곤물이 나오는 곳입니다.

강창규 스님도 이곳에서 정화수를 떠 가셨겠죠.

법정사 항쟁은 1901년 이재수의 난에서 보여준

제주도민의 외세 침탈에 대한 저항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입니다.

즉 일제의 침탈로 경제적 궁핍에 직면한 제주도민을 살리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자주를 외치며 일어선 운동인 것이죠 .

그러나 이 법정사 항쟁은 오랫동안 왜곡되어 오다가

최근에야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답니다.

특히 이곳 서산사와 강창규 스님에 대한 자료는

모두 이곳 불교산책님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길을 떠나면서야 알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랐습니다.

 

1960년대경

서산사 바로 뒤 바위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자세로 입적하신 강창규 스님

 

스님은 제주 백성의 아픔을 모두 지고 가려 하셨던 걸까요?

항일투쟁 이후 옥고를 치루고 나오신 뒤에도

일제의 감시로 생계조차 잇기 어려웠던 것은 물론이고

가족도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답니다.

스님의 동생 강수오는

스님과 함께 법정사 항쟁에 동참하였다가

투옥되어 재판 전에 옥사하셨구요.

 

스님께서 입적하신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비석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자세로 입적하셨습니다.

쓸어보고 쓸어본다고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까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기척 하나 없는 작고 조용한 사찰

그러기에 더더욱 그리움의 크기는 커집니다.

안스러운 마음에 다시 돌아보니

아까는 반가이 짖어주던 강아지들이

쓸쓸히 돌아서 있었습니다.

 

민초들과 함께 했으나 

이제는 잊혀지고만 선인들의 이야기를 찾아

한 번 길을 떠나보세요.

곱게 단장되지 않은 그곳에서 오히려

듣고 오는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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