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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쇠소깍

by 산드륵 200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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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하효동 쇠소깍
 

서귀포시 효돈동 하효 마을에 있는 쇠소깍입니다.

이 쇠소깍은 효돈천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는 곳을 말합니다.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암반 사이로

아름다운 물길이

바다로 흘러 서로 만나는 것이죠.

 

이 쇠소깍이 자리한 효돈 마을의 옛 이름은 쇠둔(쉐둔)입니다.

쇠(牛)는 ‘소’의 제주도 방언이고,

둔(屯)은 ‘여럿이 모여서 이룬 떼’를 일컫습니다.

즉 '소(쇠)를 모아 두었던 곳’이라는 뜻인데,

민간에서는 마을 형태가 ‘소(쇠)’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쇠둔(쉐돈)’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하기도 합니다

 

쇠소깍은

이 쇠둔이 마을 끝에 소(沼)가 있다고 하여 생긴 이름으로,

여기서 ‘깍’이란 마지막(끝)을 뜻하는 제주 방언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바위들은

화산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용암들로서,

지질학계에서도 이 지역을 조면암이 분포하는 곳으로 새롭게 주목하고 있답니다.

 


쇠소깍 주변의 암벽지대에는

울창한 상록수림과 소나무, 접암나무, 담팔수나무 등이 어우러져

천연의 생태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탈입니다. 제주 사람들만 아는 이름이죠.

산딸기라 하는 이름보다 산탈이라는 이름이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순백의 꽃잎들은 바닷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기, 검은 모래 밭이 바로 추억의 쇠소깍입니다.

몇 십년 전, 이 마을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맨들락 옷을 벗고

수영을 즐기는 것이 일상사였습니다.

검은 모래밭 뒤로 소나무 숲이 보이세요?

예전 이곳은 이 마을 사람들이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돼지를 잡던 곳이예요.

저기 보이는 소나무에 돼지 목을 매달아

돼지가 죽으면 돼지의 목을 풀어내립니다.

그리고 보리짚을 덮고 불을 붙여 그을린 후 돼지를 잡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죽은줄 알았던 돼지를 끌어내려 보리짚 위에 놓고 불을 붙였는데,

갑자기 돼지가 깨어나 소나무 숲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야단법석이 난 것은 물론입니다.  

 

쇠소깍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입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장어도 잡고 바닷고기도 잡았는데

지금은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테우만이 덩그라니 놓여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네요.

 

모래가 바다를 막아 버린 것이 보이십니까?

효돈천의 맑은 물이

이 쇠소깍에서 바다와 만난다고 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금은 물길이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바로 건너편에 무분별하게 축조된 방파제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방파제 축조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모래가 밀려들면서

길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포크레인으로 모래를 퍼내고 있더군요

  

그런데도 사진에 보이는 방파제 외에도

새로운 방파제가 한창 축조 중에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새로 만들고 있는 방파제죠.

이 방파제들로 인해 물길은 막히고

모래는 쇠소깍 안으로까지 밀려 들어와

쇠소깍은 조금씩 맑은 물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개발의 논리에 밀린 환경 파괴지요

개발과 보존...참어렵습니다.


저 아름다운 쇠소깍이 언제까지

그 청아한 자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쇠소깍은 여전한 푸르름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시름을 덜어줍니다.


세상사에 시달리다

사람의 위로보다

자연의 잔잔한 위로가 필요할 때

이곳 쇠소깍으로 오세요.


자연은 거절하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인간만이 구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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