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수월봉

by 산드륵 2008. 2. 28.
728x90

고산 선사유적지와 용수리 병딧물

 

봄길 따라 나섰습니다.

바람따라 출렁이는 보리밭에

잠시  마음을 뺐겨 봅니다.

요즘 어떠신지요?

편안하신가요.

봄날의 안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채어가 버립니다.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으로 향했습니다.

고산리 입구 당산봉 아래 차귀당이

한참 달려나갔던 차를 후진시킵니다.

이곳은 대정현 성황사인 차귀당의 옛터입니다.

토속신앙에서는 서낭당, 산신당 등으로 불렸는데

조정에서는 사직단, 성황당, 연단을 3단이라 하여

각 군현에 이를 세워 제사지내게 했다고 합니다.

1704년 목사 이형상에 의해 소각되었다가 수년후 다시 복원되었으나

1882년 고종 19년 마지막으로 훼철되었습니다.

이 차귀당이 있는 당산봉은 고산리 입구의 낮은 오름으로

당이 있던 곳이라 해서 당산봉(당오름)이라 불립니다.

 

고산리 포구 자구내로 들어서다보면

고산리 선사유적지가 먼저 눈길을 붙잡습니다.

1987년 한 농부의 신고로 처음 알려진 이곳은

한반도 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석기 시대 초기 유적지로

유물의 분포 범위는 무려 150000 평방미터에 달합니다.

 

이 곳의 유물들은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의 산물입니다.

이 돌화살촉은

당시 이곳에서 수렵 중심의 생산 활동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죠.

 

아, 차귀도입니다.

저 차귀도는

노을지는 저녁에야 비로소 진면목을 드러내는데

저는 뭐가 그리 바쁜지

무던히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붉게 물든 노을속에서 제 빛을 발하는 차귀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노을의 시간을 택해 길을 떠나세요.

그 모습에

아마 가슴에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월봉 옆 속칭 엉알이라는 곳입니다.

사진 속 모습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해저 퇴적암층으로,

학생들의 체험 학습 장소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저 화산 활동으로 지형이 솟구쳐 올라온 것이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 되실 거예요.

저 아름다운 단면을 이곳 해안을 돌며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멸종위기 식물인 삼백초의 복원지이기도 합니다.

민간에서는 이 삼백초가 암에 좋다고 알려져 마구 캐가는 통에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이예요.

설마 호미 들고 바구니 들고 나서지는 않으실거죠?  
그럴리도 없겠지만

이 삼백초에 잠깐 눈길만 주시고 가셔도

항상 건강하실 수 있으시라 믿습니다.

 

차귀도 쪽에서 바라본 수월봉의 모습입니다.

수월과 녹구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곳이죠.

사진 속 봉우리에 팔각정도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바로 그 옆에 기상관측소 건물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화장실 정도의 작은 건물로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수월봉을 완전히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건물입니다.

정수리에 무거운 못이 박힌 수월봉이 울고 있는 모습을

눈이 있는 이라면 다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른 척할 뿐이죠.

저도 외면하듯 차를 돌려

귀가 길에 나섰습니다.

 


오는 길에 잠깐 인근의 용수리 병딧물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군사들이 주둔하던 곳이라 해서 병둔물이라고도 합니다.

북제주군 동부지역에 철새도래지 하도리가 있다면

서부지역 철새도래지는 바로 이곳 용수리 병딧물입니다.

과거에는 천연기념물 황새가 매년 찾아오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청동오리만이 철따라 찾아온답니다. 

철새도 떠난 병딧물에

강태공만이 세월을 낚고 있군요.

철새가 찾아올 무렵이면

한번 이곳으로 걸음을 옮겨 보세요.

바람이 채어가 버린 봄날의 안부가

어느 하늘가를 떠돌다

겨울, 어느 날

이곳에 먼저 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그럼,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별초(1)  (0) 2008.02.28
눈섬  (0) 2008.02.28
방선문  (0) 2008.02.28
쇠소깍  (0) 2008.02.28
도대불  (0) 200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