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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오백 당오백(폐사지)

묘련사지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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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는

섬을 가득 채운 해무(海霧)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습니다.

달도 별도

안개에 갇혀

사람의 시야를 벗어나 있습니다.

 

해무에 갇혀버린 제주 섬처럼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

그러나 인연은

스스로 장막을 거두는 저 안개 바다처럼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사라지곤 합니다.

 

고려시대 묘련사라는 사찰이 존재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애월읍 광령리 대각사에도

인연은 그렇게 찾아들었습니다.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제주관광대학을 지나면

왼쪽으로 S오일 주유소가 보입니다.

대각사는

그 주유소 바로 옆으로 꺾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사찰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만난

정련수입니다.

돌틈 사이로 맑은 샘물이

졸졸 정겨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정련수를 조금 지나면 대각사가 보입니다.

1981년 법희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 사찰은

원래 고려시대 묘련사라는 사찰이 존재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불우조(佛宇條)에는

제주서이십오리(濟州西二十五里)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원진의 탐라지에 보이는 재서남이십리(在西南二十里)라는 기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록의 차이를 해명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 사찰에 들어서서 발에 밟히는 것은 온통 옛 기와들입니다.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습니다.



화단에서 뒤뜰에서 돌담 사이에서

무수한 기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사찰 주변에 조성된 묘지에서도

사찰의 유물로 추정되는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도 또 하나가 있군요.
이곳에서 발견되는 유물들과 문헌 기록으로 추정해 볼 때

묘련사는 고려시대 중기 경에 창건되어

조선시대 1702년경에 폐사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 사찰은

인근 애월읍 고성리에 삼별초가 들어와 항쟁하던 시기에

삼별초에 연루되어 결국 불에 타 없어졌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답니다.  

 


묘련사 터에 들어선 현재의 대각사는

1981년 법희스님에 의해 창건되었습니다.

그러나 법희스님은 2000년 열반에 들었고

이후 이 절을 지켜온 법무 스님마저 올해 열반하셨습니다.

법희스님과 법무스님.......

두 분의 인생을 돌아보면

인연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대각사 법당입니다.

오래 이 사찰을 지켜온 두 분 스님이 모두 열반에 들면서

이 법당의 예불소리 또한 끊겼습니다.

 

1971년 범어사로 출가하여 속세의 연을 끊어버린 법무스님.

그러나 법무스님은 집안의 독자였던 탓에

10년이란 세월 동안 아들을 찾아다니던 어머니는

마침내 법무스님을 결혼시켜 대를 잇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고 난 법무스님은

다시 홀연히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또한 아들을 그냥 보내지 못했습니다.

법무스님의 어머니는

아들이 처음 출가했던 범어사로 아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출가의 인연은 또 이렇게도 찾아오는 것일까요.

범어사에서 법무스님의 어머니는

우연히 혜우스님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아들을 찾는 길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법을 찾아 출가하게 됩니다.

법희스님은 바로 법무스님의 어머니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무슨 인연이었을까요.

법무스님의 어머니를 출가시킨 혜우스님은

바로 법무스님의 은사인 도원스님의 어머니였습니다. 

 

법무스님이 돌아가시자

이 절의 물줄기도 말라버렸었는데

스님의 49재를 지내고 난 후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며

사찰을 지키고 있는

법무스님의 혈육이 전해줍니다.

 

이 묘련사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뽕나무입니다.

법무스님은 이 뽕나무를 가꾸며

그 수익으로 사찰을 운영하였답니다.
 

늘 함께 하던 스님이 어디가셨나 하고

새로 돋은 뽕잎은

궁금한 얼굴을 내밀고 


돌아가시기 얼마전 씨를 뿌려두셨다는

상추도 저렇게 키가 자랐습니다.

상추잎을 하나하나 쓸어보며

무슨 마음으로 이 상추 씨앗을 뿌리셨을까 라고 되뇌이던

남은 혈육의 눈에

잠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신각입니다.

스님이 직접 나무를 다듬고 흙을 발라 손수 만드셨다합니다.


산신각 입구의 뽕나무 숲에

누군가 일부러 키 큰 대나무를 동여매고

그 맨꼭대기에 둥그런 시디를 걸쳐놓았습니다.

 

우주와의 교신을 꿈꾸었던 것은 아닐텐데

.........

내 상상력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인연의 길.....

 

고려 충렬왕 때 시승인 혜일스님이

시를 지어 남기기도 했던 이 묘련사에

먼 훗날 대각사가 들어서고, 

아들을 찾아나섰던 어머니가

출가의 길로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인연의 길....... 

 

오늘

내 가슴팍으로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굴러들어와도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회향하면

머나먼

윤회의 길

어느 날은 벗어날 수도 있을까요.

 

이 알 수 없는

인연의 길에는

아무라도 자주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남은 사람들의 애잔한 눈빛만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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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하얀나비 / 김정호


 

 


 

 


 

3.이름모를소녀 / 김정호


 

 


 

 


 

4.날이갈수록 / 김정호


 

 


 

 


 

5.나그네 / 김정호


 


 


 

 


 

 


 

6.인생 / 김정호


 

 


 

 


 

7.사랑의진실 / 김정호


 

 


 

 


 

8.어느날 갑자기 / 김정호


 

 


 


 

9.님 / 김정호


 

 


 

 


 

10.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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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다림 / 김정호


 

 


 


 

14.무정한 사람 / 김정호


 

 


 

 


 

15.빗속을 둘이서 / 김정호


 

   


 

 


 


 

16.고향 / 김정호 


 


 


 

 
17.달맞이꽃 /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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