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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오백 당오백(폐사지)

방동화 스님과 광명사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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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화 스님입니다.

그동안 방동화 스님이 걸었던 길을 쫓아 걸으며 행복했습니다.

 

1918년 10월 7일

법정사 법당 앞에 깃발 하나 꽂아두고

훠이훠이 산을 내려갔던 푸른 옷의 사람들

방동화 스님, 강창규 스님....

 

돌아보면 꽃 한 송이 없는데

어디선가 문득문득 향기가 나는 듯하여 자주 돌아보았던 길

 

마치 그날 그때의 스님들과 함께 걷고 있는 듯하여

그동안 걸음이 바빴지만

이제 방동화 스님께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습니다.

광명사.

방동화 스님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곳입니다.

광명사는 서귀포시 중문 천제연 주차장에서 

100여 미터 정도 계속 내려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광명사 앞으로 중문관광단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광명사에 참배하기 전에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천제사입니다.

광명사에

방동화스님의 마지막 숨결이 머물러 있다고는 하지만

원만사가 불타버린 후

방동화 스님께서 중문으로 내려와 처음 머문 곳은

1949년 창건한 천제사였다고 합니다.

광명사는 천제사의 뒤를 이은 사찰이라고 할 수 있고요. 

천제사 입구에서 광명사 법당을 찍은 것입니다.

사진에서처럼 천제사는 광명사 바로 아래쪽에 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찰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천제사 뒤쪽 만지샘의 물길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흘러내립니다.   

 

바위 벽에 누군가 새겨놓은 佛자 위에는

눈 어둔 이들을 염려하기라도 한 듯

흰 페인트가 덧칠해져 있는데

옛 사람들의 뜻까지 덮혀 버려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천제사를 나와 광명사로 향하였습니다.

광명사는 방동화 스님의 속가 아드님인 방진주(수보) 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신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방동화 스님의 숨결은 이곳에서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광명사 대웅전입니다.

본존 부처님은 1996년 봉안한 것인데

본존 석가모니불 우측에는 방동화 스님이 모시고 다녔던

석가모니불상과 관세음보살상도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곱습니다.

 

조그만 관세음보살상도 보입니다.

이 보살상 역시 방동화 스님이 항상 모시고 다니시던 것이라 합니다.



이곳에는 원문상스님과 방동화스님 영정이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왼쪽이 원문상스님

오른쪽이 방동화스님입니다.
원문상 스님은 방동화 스님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뜰에 핀 저 자잘한 꽃들은 마치 조그만 종처럼 생겼습니다.

바람이 불면 잘강잘강 종소리도 들릴 것 같습니다.

어쩌다 듣게 되는 옛 사람의 이야기처럼 아주 조그맣게 말입니다. 


산사를 지키는 사자로 모셔온 듯도 한데

제가 보기에는 순한 강아지처럼만 보였던 

대웅전 앞의 큰 바위

 

열정은 때로

순한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올 때

더 강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곳 광명사 대웅전 앞에서 마주합니다. 



광명사 밑으로 이어져 있는 천제연 산책길.

이곳에서 잠깐 쉬면서

방동화 스님께

그리고 그 길에 함께 있던 옛 사람들께 작별인사 올렸습니다.

 

옛길을 상상하며 쫓아만 다녔는데도

방동화 스님, 원문상 스님의 영정을 보니

마음이 흔들려

합장한 손을 쉬 풀지 못했던 길.

 

짧은 여정에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애정으로 지켜봐주신

제불산 가족님들이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산책길에는 좀더 열심히 공부하며 다니겠습니다.

이제 곧 가을이니

그것이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서도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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