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은 간월암에서 달을 훔치고
이 광 녕
구름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연꽃이라 했던가
밀물때면 바다에 둥둥 떠 있다가
썰물때면 육로를 펼쳐놓는 서산 갯바위
무학(無學)과 만공(滿空)의 숨결 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수행자들의 발걸음은
황량한 겨울을 짓이기고 있었다
철새들은 군무로 원을 그리는데
가부좌를 틀고 앉은 무학의 깨달음은 허공을 맴돌다
잠시 바다로 곤두박질한다
그렇지,
무학은 자신의 공허한 가슴을 열어놓고
휘영청 보름달을 온통 훔쳐
도(道)를 가슴에 채우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망과 번뇌를
거친 밤바다에 쓸어내리고 싶었던 게다
여기는 백팔번뇌를 바다에 폐기하고
신선한 달을 따서 내공(內空)을 채우는
득도(得道)의 미사일 발사 전진기지
무학표 어리굴젓의,
신선한 굴 향까지 선도(禪道)를 이끄는데
수행자들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길을 묻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암자 간월암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간월암은 서산에서 649 지방도로를 타고 부석 방면으로 달려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지나면 나타납니다.
간월암입니다.
밀물이 되면육지와 연결된 50여 미터의 저 길에 바닷물이 가득차서
마치 바다에 뜬 연꽃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제가 찾았을 때는 썰물이어서
그 아름다운 장관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암자는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우쳤다고 하여 간월암이라고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고 합니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쇠락하고 말았는데 1941년 만공스님이 복구할 뜻을 비치시매
이에 마벽초 스님께서 크게 중창시켜 놓았다고 합니다.
간월암 대웅전입니다.
무학대사는 충청남도 서산군 인지면 모월리가 고향인데
그 어머니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서산 현감으로 호송되어가던 중
산기가 있어 한 겨울 길에서 무학을 낳았습니다.
사령이 무정하게도 계속 길을 독촉하자 그 어머니는 옷가지로 간난아이를 덮어주고
기어기어 현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때 이 사실을 알게 된 원님이 인간의 도리로 그럴 수 없다 하여
사령을 시켜 그 자리에 가게 해 보니
학이 두 날개로 아이를 덮어주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무학(舞鶴)이라는 이름이 생겼다지요.
이후 스님이 간월암에 토굴을 지어 수행하다가 크게 깨우치자
나옹스님께서 그대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하여 법호를 무학(無學)이라 지어 주셨답니다.
대웅전의 이 현판은 만공스님의 글씨입니다.
세월에 씻긴 단청 너머로
정갈한 옛 선사들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하였습니다.
대웅전 안의 보살님...
자세히 둘러 보려 하였으나 너무도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분이 계셔서
차마 마음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컷만 살짝...
쇠락한 처마며 기운 기둥이며 모든 것이 쉬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옛 법당 안은 좌석 2개를 겨우 놓을 만큼 작았구요.
오른쪽엔 석가모니부처님 왼쪽엔 벽지불 같았는데 잘 모르겠네요.^^
사진을 찍어왔으면 좋았을텐데
작은 카메라 불빛에도 화상을 입을 것만큼이나 스러질 듯 스러질 듯 하여 마음을 접었습니다.
용왕단입니다.
바다로 향해 나 있는 조그만...
저 서해에서바닷물이 밀려오면
그리고 달이 떠오르면
누군가는 또 무학(無學)의 경지로 날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조각배를 타고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꿈을 남기고
달 없는 간월암을 빠져나왔습니다.
오래 기다려 달을 보고 왔으면 정말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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