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따라가는 발밑
어찌나 고운지
그대 말고는
다 놓칠듯 합니다. .......김선우
선묘화!
멀어지는 뱃전의 의상대사를 바라보며
용이 되어서라도 그대를 지키리라 발원했던 그녀!
맨 발로 바다에 살포시 가라앉을 때
그대 말고는 다 놓쳐도 행복하다고
젖은 눈을 감은 선묘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듯합니다.
충남 서산의 도비산 부석사
경북 영주 부석사에 전해 내려오는 선묘화의 전설을
이곳 충남 도비산 자락의 부석사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충남 부석사 역시신라 문무왕 17년 (677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니
목숨마저 내버리고 의상대사를 따라 걷던 선묘화가 놓쳤을 리 없는 곳입니다.
또한 이곳은 근대 한국불교의 대선사 경허스님, 만공 큰스님이 수행하던 도량으로
세상을 삼키고도 남을 그 기개가 여전한 곳입니다.
입구의 사자문(獅子門)을 따라 들어가면
극락전(極樂殿), 목룡장(牧龍莊), 심검당(尋劍堂)이 소가 누워있는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자굴로 들어가 보니 소처럼 길게 누워서 인중지룡(人中之龍)을 키우고 있더란 말입니다.
번뇌를 베어낼 칼 한 자루는 심검당에 세워놓고!
극락전입니다.
상사화가 곱게도 피었습니다.
꽃이 피면 잎이 지고
잎이 나면 꽃이 지니
이런 인연은선묘화가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부석사가 자리한 이 도비산(島飛山)은
산의 기세가 무척 세어서 여기저기에 서 있는 바위가 많다고 하는데
극락전 옆에도 바위가 솟아 현판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바위들이 사찰 여기저기에 서 있습니다.
사진은 산신각 옆 손가락 바위입니다.
극락전 옆 종무소의 부석사 현판
만공스님께서 70세 때 쓰신 글씨입니다.
목룡장(牧龍莊)은경허스님의 글씨입니다.
이곳에서 사람 중의 사람, 용을 길러내던 그 큰 기개로
우주도 마음껏 품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극락전 앞 안양루입니다.
검은 와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부석사의 여러 전각들은 누운 소처럼 배치되어 있어서
이곳에서 나는 샘물 역시 우유(牛乳) 약수라고 불리는데
저는 샘물 옆에 피어난이 고운 꽃과 눈을 맞추느라고
우유 약수터의 사진은 놓쳤습니다.
연못 가운데 선묘화....
산신각에 오르면 이곳에 선묘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버린 후 오직 부처님 법을 수호하려는 뜻으로 거듭나 행복한 길을 걸었던 선묘화.
아무 것도 놓치지 않으려 아둥바둥하며 살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나...
선묘화가 기다리고 있는 저 계단 앞에서 내 가슴은 먹먹하게 굳어집니다.
오르지 못한 계단 앞에서 돌아서니
아주 가까이 서해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선묘화의 간절한 기도를 만나지 못한다면
인중룡(人中龍)으로 누워있는 선사들의 큰 메아리를 듣지 못한다면
나 역시 덧없는 풍경이나 탐하는 겉멋든 부랑자에 지나지 않을 거라 하는 생각에 옷깃을 다시 여미게 됩니다.
그리고 선묘화처럼 젖은 눈을 감고 도비산 아래로 날아내리는 그런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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