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대웅전 단청...............서정주
내소사 대웅보전 단청은
사람의 힘으로도 새의 힘으로도 호랑이의 힘으로도
칠하다가 칠하다가 아무래도 힘이 모자라 다 못 칠하고 그대로 남겨놓은 것이다.
내벽 서쪽의 맨 위쯤 참선하고 있는 선사,
선사 옆 아무것도 칠하지 못하고 너무나 휑하니 비어둔 미완성의 공백을 가 보아라.
그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웅보전을 지어놓고 마지막으로 단청사를 찾고 있을 때,
어떤 해어스럼제 성명도 모르는 한 나그네가
서로부터 와서 이 단청을 맡아 겉을 다 칠하고 보전 안으로 들어갔는데,
문고리를 안으로 단단히 걸어 잠그며 말했었다.
"내가 다 칠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절대로 들여다보지 마라."
그런데 일에 폐는 속에서나 절간에서나 언제나 방정맞은 사람이 끼치는 것이라.
어느 스님 하나가 그만 못 참아 어느 때 슬그머니 다가가서
뚫어진 창구멍 사이로 그 속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나그네는 안 보이고 이쁜 새 한마리가 천정을 파닥거리고 날아다니면서
부리에 문 붓으로 제 몸에서 나는 물감을 곱게 곱게 단청해 나가고 있었는데,
들여다보는 사람 기척에 "아앙!" 소리치며 떨어져 내려
마루 바닥에 납작 사지를 뻗고 늘어지는 걸 보니,
그건 커어다란 한 마리 불호랑이었다.
"대호스님! 대호스님! 어서 일어나시겨라우!"
스님들은 이곳 사투리로 그 호랑이를 동문 대우를 해서 불러댔지만 영 그만이어서,
할 수 없이 그럼 내생에나 소생하라고 이 절 이름을 내소사(來蘇寺)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단청하다가 미처 다 못한 그 빈 공백을 향해
벌써 여러 백년의 아침과 저녁마다 절하고 또 절하고 내려오고만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전설이 살아 숨쉬는
전북 부안의 내소사입니다.
백제 무왕 34년(63)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하였습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여 미터 가량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숲의 은은한 향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붓다에게로 가는 길에
먼저 마중나와준 저 전나무들에게
큰 공덕있어라!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고운 얼굴로 반기는 붓다의 꽃
붓다의 뜻을 받들어
이리 고운 그대에게도
큰 공덕 있어라!
천년 향이 가득한 내소사 전경
숲의 향과
꽃의 향이 먼저 반기더니
천년의 저 군나무 역시
그 커다란 그늘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수령이 천년이나 되었습니다.
이곳 내소사에는 이 천년 나무말고도
수령이 300년이나 된 보리수 나무가
능가산의 정기를 더욱 맑혀주고 있습니다.
천년 그늘 아래서
이 길을 오고간 사람들의 숱한 사연도 쉬어갑니다.
내소사 대웅보전
못을 쓰지 않고 나무토막들을 깎아 끼워 맞춘 건물이라 합니다.
대웅보전 안의 고운 님
오는 길 이끌어 주시고
가는 길 보살펴 주시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불상 뒤편 벽에 그려진 백의 관음보살좌상!
10여년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무심타 질책 않고
여전한 미소로 반겨주십니다.
전설 속
금빛 새가 제 깃털에서 나는 물감으로 고이 그린
법당 내부의 단청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금빛 새가 미처 못다 그린 부분입니다.
법당 좌우에 그려졌어야 할 용과 선녀 그림이
이곳 오른편에는 그려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곳곳에 이러저런 고운 전설이 숨쉬는 내소사
대웅보전 꽃창살도
그 전설만큼이나 아련히 곱습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과 함께 하여
지금은 나뭇결만 남아 있지만
눈을 감고 마주하고 있으면
역시 천년의 향이 은은히 떠도는 듯합니다.
내소사...
시인들이 찬미하여 마지 않은 그곳으로
어느 바람 고운 날 새벽
다시 찾아올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몇 번이고 뒤돌아 보았습니다.
뒤돌아보니 모든 것은 꿈길이었지만
그래도
뒤돌아 보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생겨
마음은 덜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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