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도를 펴놓고
산과 계곡을 한참 응시합니다.
그리고 전북 완주 화암사에 동그라미를 그려넣습니다.
사인펜에 둘러진 동그라미 안에서
오래된 낙엽 냄새가 납니다.
바람을 따라 갑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망상으로
마음엔 언제나 파문이 입니다.
그걸 이젠 멈추고
고요한 묘진여성을 회복하라 하는데
스스로 만들어놓은 망상에 속고 속으며 여전히 꿈을 꾸고 있습니다.
화암사로 들어서는 길목
똥자루가 마음을 굴려 걸어들어갈 것인가!
마음이 똥자루를 끌고 들어갈 것인가!
화암사 숲길의 부도탑
일부러 부수지 않아도
세간의 법은 모두 부수어질텐데
누군가 헛손질을 해놓았네요.
삼월인데도 눈이 아직 녹지 않았습니다.
불명산 화암사 자락의 비룡폭은
흰눈이 되어 겨울잠을 자나 봅니다.
화암사 쇠다리 바로 위의 '비룡폭' 바위
이 바위 위로 옛길이 숨어있습니다.
80년대 완도군수가 이 길을 오르다 다리를 다치자
옛길 아래로 육중한 쇠다리를 만들어 놓았다는데
쇠다리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가뿐히 넘으니
드디어 화암사가 눈앞에 드러납니다.
불명산 화암사
조선 세종7년(1425) 성달생이라는 관리가
신라시대 화암사가 있던 이 자리가 물좋고 산좋다 하여
절을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화루를 받친 기둥에 잠시 마음이 쏠렸습니다.
우화루 옆 대문은
어찌 보면 해인사 장경각 입구를 소박하게 흉내낸듯 싶기도 합니다.
대문에 새긴 시주 공덕자...
대문이 스러지면 함께 스러지겠지만
소박한 새김이 정겹습니다.
꽃비가 내리는데
무슨 법문을 듣고 올라왔는가...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우화루의 벽화
보이는 것만 고집할 거면
자신의 보이지 않는 뒤통수도 부정해야 합니다.
두 개의 늘어진 포도송이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사물을 보지만
과연 보는 그는 누구인지...
꼬리지느러미가 닳아 없어졌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세세생생을 윤회하느라
내 꼬리도 닳아 없어진 것은 아닌가...
시원하게 깨닫지 못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해
목탁 한 번 신나게 쳐주고 싶습니다.
우화루 앞 극락전입니다.
지붕을 더 길게 빼내기 위해
이앙 시설을 한
유일의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극...
락...
전...
이앙 시설을 해서
더 든든하게 지붕을 길게 빼내는 기법
극락전 뒷면의 이앙시설
극락전 앞면의 이앙시설
우리 마음에도 이앙이 있어서
더 많은 이들을 자비로 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뒷동산에서 내려다본 화암사 모습입니다.
화암사 옆 조그만 언덕에는 선조 때 세운 중창비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전북 완주의 경천면 원용복 사거리까지
어찌저찌 찾아가셨다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의 마음으로
길을 찾아보십시오.
어차피 시골길이라
물어볼 노인들도 많지 않은
담담한 옛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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