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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화천사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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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송이

고운 눈송이가 내렸습니다.


겨울을 위로하듯

산야를 덮은

하얀 눈송이들


발은 시렵지만

마음은 먼저

겨울 풍경 속으로 달려갑니다. 


기우는 마음을 따라

살아가는 인생


오늘 인연이 닿은 곳은

새미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제주시 회천동의 화천사입니다.

 

원래 이 새미물 주변에는

이 마을이 형성되기 훨씬 전인

고려시대부터

큰 사찰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 이형상에 의해

제주불교가 법난을 겪을 당시

불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곳에

1912년 마용기 스님께서

만덕사라는 사찰을 창건하며

그 깊은 인연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이후 1968년 마곡사 출신 김운공 스님에 의해

오늘날의 화천사로 거듭났습니다.



초가 법당으로 시작하여

중건을 거듭해온

화천사의 대웅전 모습입니다. 


본존 부처님과 보살님



대웅전 천정의 천녀들까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창건기가 새겨진 비석과

송도원성 화주의 공덕비

 


그리고

창건주 운공스님의 부도탑 등에서

여전히 살아숨쉬는

이 사찰의 역사를 확인합니다.


특히

이 화천사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오석불을

대웅전 뒤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형상에 의해

사찰이 불타 없어지자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주민들이

불타 없어진 사찰에 모셔져 있던

다섯 부처님을 그리워하며

제주 자연석을 이용하여 조성한

석불입니다.

 

화천사가 위치한

동회천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이 되면

이 다섯 석불을 모시고

마을제를 지내는데

그 형식은 다른 마을 제와는 달리

육류 등을 사용하지 않는 불교식 의식으로서

민간신앙이 불교신앙과 결합하여

마을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한

독특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제주불교가 민중들과 함께

어떻게 존속되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를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근엄한 모습의 첫째 부처님

 

세월의 낙엽과 함께

고요히 명상에 드신 둘째 부처님

 

중생의 모든 죄업을

낱낱이 비추어 보시는 듯한 셋째 부처님

 

다정스레 웃어주는 넷째 부처님

 

그리고 깊은 눈빛의 다섯째 부처님

 


저 쇠로 된 연꽃에서

고운 향기가 피어나는 날

어쩌면

오늘의 인연으로

저 다섯 부처님 중

어느 부처님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다녀온 길

 

매서운 겨울 바람 때문에

그 향기를 놓쳐버린 것은 아니었기를

기도합니다.

 

 

 

깨달음의 언덕/명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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