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꽃에는 온기가 있습니다.
바람을 기다리는
민들레 홀씨에게서
새 봄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겨울 꽃의 애잔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꽃잎을 빚던 이들의 온기처럼
온화하게 빛나는
소박한 절 하나가
월라봉 기슭에
홀씨처럼 돋아나 있습니다.
서귀포시 신효동
월라봉 기슭의 월라사.
1933년 창건되었다가
1948년 4.3사건으로 파옥된 후
현재의 자리에
기반을 잡기까지
참 많은 비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냈습니다.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고운 시선으로 맞아주시는 부처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천수로서
차가운 두 손 맞잡아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마음을 열면
그 강에
오롯이 제 모습을 보여주시는 수월보살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어리석은 마음까지
탓하지 않고
간절히 보살펴주시는 신장님
초창기 사찰이 파옥되며
한 점 유물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
월라사이지만
어느 홀씨 하나 날아와
이렇게 고운 꽃을 다시 피웠습니다.
소암 현중화 선생님의 친필인
대웅전 현판입니다.
그리고
그 꽃이 비바람에 다칠세라
각양각색의 암석들이
월라사를 빙 둘러싸 지키고 있습니다.
일명 애기 업은 돌입니다.
이것은 구덕찬돌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음에 맞는 벗과
동행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처럼
이들은 풍경 속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향긋한 고향길
그 길 가까운 곳에
감귤 박물관이 보입니다.
올 여름엔
물맞이라도 갈까 하는
괜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감상용 폭포.
물맞이하던 옛 생각 하다보니
정작 박물관 안은 살피지 못하였습니다.
미련없이 나와
홀로 걷는 길.
월라사가 있어
마음 놓이는
월라봉 가는 길.
이 겨울에
한 줌 온기가 그리우시면
월라사에서
잠깐
걸음을 멈춰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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