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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월라사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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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꽃에는 온기가 있습니다.

 

바람을 기다리는

민들레 홀씨에게서

새 봄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겨울 꽃의 애잔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꽃잎을 빚던 이들의 온기처럼

온화하게 빛나는

소박한 절 하나가

월라봉 기슭에

홀씨처럼 돋아나 있습니다.

  

서귀포시 신효동

월라봉 기슭의 월라사.


1933년 창건되었다가

1948년 4.3사건으로 파옥된 후

현재의 자리에

기반을 잡기까지

참 많은 비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냈습니다.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고운 시선으로 맞아주시는 부처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천수로서

차가운 두 손 맞잡아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마음을 열면

그 강에

오롯이 제 모습을 보여주시는 수월보살님


어느 때든

어떤 길손이든

어리석은 마음까지

탓하지 않고

간절히 보살펴주시는 신장님

 

초창기 사찰이 파옥되며

한 점 유물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

월라사이지만

어느 홀씨 하나 날아와

이렇게 고운 꽃을 다시 피웠습니다.

 

소암 현중화 선생님의 친필인

대웅전 현판입니다.


그리고

그 꽃이 비바람에 다칠세라

각양각색의 암석들이

월라사를 빙 둘러싸 지키고 있습니다.

 

일명 애기 업은 돌입니다.


이것은 구덕찬돌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음에 맞는 벗과

동행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처럼

이들은 풍경 속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향긋한 고향길

 

그 길 가까운 곳에

감귤 박물관이 보입니다.


올 여름엔

물맞이라도 갈까 하는

괜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감상용 폭포.

 

물맞이하던 옛 생각 하다보니

정작 박물관 안은 살피지 못하였습니다.

 


미련없이 나와

홀로 걷는 길.

 

월라사가 있어

마음 놓이는

월라봉 가는 길.

 

이 겨울에

한 줌 온기가 그리우시면

월라사에서

잠깐  

걸음을 멈춰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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