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이 돌아왔습니다.
산수국을 따라 숨은 길을 찾아나섭니다.
제주시 아라동 죽성마을
지금은 행정구역상 아라동에 편입되었지만
과거에는 오등동의 중심 마을이었던 곳입니다.
대나무가 많아 어느때부터인가 죽성으로 불리던 이곳.
그러나 4.3사건 당시 국방경비대 제9연대 1대대가 주둔하게 되면서
죽성을 비롯한 인근 마을에는 가혹한 토벌이 시작되었고
죽성은 끝내 아주 사라진 마을이 되었습니다.
이 죽성 마을의 절새미로 가는 길입니다.
제주대학교 소나무 교차로에서 오등동 방향으로 달리다가
SK주유소 가기 직전 맞은편으로 보면 노아의 방주 교회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 길을 200여 미터 가면 다시 왼쪽으로 조그만 과수원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의 끝이 절새미입니다.
길 끝 절새미당.
절새미가 설새미라고도 불리는 까닭에 설새미당이라도 합니다.
이 절새미당 입구 오른편의 절새미.
웬일인지 시멘트로 복개하여 물길을 끊어버렸습니다만,
절새미가 있는 이 일대는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 어느 시기에 사찰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일제시대에는 경마부대가 이 근처에 주둔했으며, 제주 4.3 당시에는 죽성부대라 불린 국방경비대 9연대 1대대가
이 절새미 물을 마시며 토벌에 나섰습니다.
절새미 옆 과수원 일대.
이곳이 폐사지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과수원 내에는 손바닥 크기로 산산조각난 기와 파편들이 여전히 발길에 쉽게 밟힙니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발견되는 기와 파편들입니다.
이 폐사지 내에는 사진처럼 오래된 수로도 보입니다.
지형상 오히려 물길을 거슬러 조성된 듯한 이 수로의 용도를 알고자 하였으나
과수원 주인은 이곳을 매입한지 5년밖에 안 되어서
밭에서 기와가 왜 발견되는지에 대한 의문조차 아직 품어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힘이 빠지는 건 더위 탓이려니 하며 그대로 절새미에서 내려와
태고종 사찰인 죽성의 덕흥사로 향하였습니다.
덕흥사는 4.3 이후 건설된 복원주택을 임대해서
1962년 창건한 사찰로 일제시대에는 주재소가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덕흥사 사리탑입니다.
5과의 불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바다와 함께 사는 제주 사람들을 위해 층마다 용의 모습을 형상화해 놓았다고 합니다.
죽성과 절새미를 돌아보고 오니 어느새 하루가 저뭅니다.
오직길의 인연에만 의지하여 다니느라
돌아보면 한 눈에 밟히는 그 길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