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구름을 따라
오늘도 이번 생의 어느 한 때를 보냅니다.
성산읍 신천리 신천마장
제 발자국을 뜯어먹는 신천리 마장의 소들.
조선 고종때
동암 오장헌의 효행과 덕행을 칭찬하여
이 목장을 하사 하였으나
그가 끝내 받지 않으므로
신천리에 사는 향리에게 하사하였던 것인데
마을의 공동목장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개인 소유로 넘어간 곳입니다.
표선에서 성산 방면으로 향하는 일주도로 변
신천목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동굴 유적
조랭이굴이라 불리는 이 동굴의 입구는
신천마장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부는 여러 가닥의 복잡한 미로 형태여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고 하는데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길을 따라
우리 산책님들, 한 번 용궁으로 들어가 볼까요?
용궁으로 가기 전에 만나는
해안의 '구멍난 돌'
구름이 저 구멍을 통해 드나든다고 해서
김상헌은 그의 남사록에 팔운석이라 기록해 놓았다고 합니다.
울부짖는 듯한 모습
용머리를 닮은 바위가 서 있다고 해서
이곳을 용머리 해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신천리 바다에서
나리꽃으로 공양하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습니다.
이곳이 바로
용궁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해서
'용궁올래'라 불리는 곳입니다.
평소에도 수심이 깊고 위험해서
해녀들도 접근하지 않는 곳이라 합니다.
그런데 평소 대담하기로 소문난
상군 해녀 송씨가
이곳에서 물질을 하다가
남해용궁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없었으나
'내가 죽으면 늙은 부모를 공양할 이가 없다'는 말에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녀 송씨가 물밖으로 나오자
바닷속에서 칼을 거꾸로 세운 것같은 바위들이 솟아올라
남해용궁으로 다시는 인간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았다고 하니
이곳이 바로 '칼을 세워놓은 다리'라는 뜻의
'칼선도리'입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깊은 숨을 내쉬어
한 목숨 한 목숨 이어가던
해녀들의 또다른 나라가 이곳에 있습니다.
'고망난돌'이 바라보이는
신천마장에 세워진 마애 '팔운석'입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빗대
'팔운석'이라 언급한 남사록의 기록을 따와
소암 현중화 선생님의 글씨로 새겼습니다.
고인돌
어느 사람의 무덤이
이제는 옛 발자국이 되어
바닷가에 남았습니다.
지방기념물 23-3호 천미연대
그리고 길섶에 내버려진
환해장성
그 모든 것을
묵묵히 바라보며
오늘도 이번 생의 어느 한 때를 보냈습니다.
님들은
이번 생의 오늘
어디서 무엇을 바라보고 계신지...
혹시 힘에 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이곳 신천리의 하늘과 구름과 바다를 벗하여
잠깐이나마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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