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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서우봉의 진지동굴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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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끈을 풀어 드리운

 


저 구름이 전하는 말



그 말을 알아들어야

다시 또 윤회의 끈을 붙들고

절망하지 않을텐데.



함덕마을과 북촌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서우봉

 

이곳엔 참 사연도 많다.

삼별초가 들어올 때는

관군과의 싸움으로 피가 내를 이뤄 바다로 흘렀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진지동굴이 곳곳에 구축되었고

제주 4.3 당시에는

토벌대의 방화로 벌겋게 타오르던 북촌 마을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 서우봉의 북동쪽 해안을 따라 진지동굴로 가는 길

함덕과 경계를 이루는 북촌리 해동 마을로 들어서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버려진 초소가 보인다.



그리고 곧이어

일본군 진지동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이 드러낸다.



이 서우봉에는

해안일대와 내륙 쪽에

모두 19개의 진지동굴이 구축되어 있다.



1945년 2월경

일본 해군은

일본 본토의 사수를 위해

제주 곳곳에

특공소형선의 비밀기지 건설을 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서우봉 진지동굴

 

일본 해군은

진지동굴 구축을 위해

조선인 징병자들을 활용하였고

더불어 제주의 특산물도 강제 노역을 통해

군수물자로 거둬들였다.

 

해녀들의 버린 태왁이 밀려와 쌓인 진지동굴

 


당시에는

강제노역으로 감태를 징수하여

이를 재로 만들고 거기에서 나오는 칼륨 성분을 화약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국민학생들도 소나무뿌리 기름 채취에 동원되었는데

이는 항공기 대용원료로 사용되었다.



지옥같았던

옛 이야기가 아직도 떠도는 때문인지

화사한 꽃도

제주 땅에선

외로움을 탄다.



하긴

어느 땅엔들

아픔의 역사가 없었을까



그러나

모든 집착을 벗은 구름의 말을 통해

폭력과 억압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평화의 동심원을 그리려던

스승의 부재는

이 땅의 깊은 노을 속에서

더욱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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