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3일 일기
살림살이는 여전히 고만고만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사치를 부리는 일 한 가지는 빼트리고 싶지 않다.
나의 사치는 하나- 가고 싶은 곳으로 그저 가는 것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영암사지
네비게이션 없이
1999년판 전국지도를 보며
영암사지를 찾는 일에만 몰두할 생각이었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황매산은 아름다웠다.
황매산 자락의 영암사지
누런 돌매화
여기서 꽃잎을 여는구나
먼저 시선을 붙든 귀부
비와 머리장식은 분실되었다,
맞은편엔 용머리를 한 비석의 받침돌
곳곳의 새김이 아주 담대하면서도 세심한 것이
내가 석공이 된듯 뿌듯하기까지 하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금당지다.
돌의 새김 하나하나 정성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
그 중 압권은 쌍사자 석등
황매산을 배경으로
튼튼한 사자의 다리로 석등을 받치고 있는 모습에
문외한의 감탄이 쏟아진다.
이 튼실한 다리, 압권이다!
사자처럼
굵직하고 당당하게 나아가되
가파른 계단을 오르듯
정성을 다하라!
9세기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영암사지 삼층석탑
쌍사자 석등과 금당지까지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시선을 창조해냈다.
영암사지 금당터
돌계단
계단에서 바라보이게 조각된 신장님
이곳 영암사는
그 창건 연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통일신라말에서 고려 시대의 유물들을 기반으로
그 역사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고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예전부터 '왕사'라 불러 왔었다 한다.
영암사지 곳곳의 평범하지 않은 새김들을 보고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에게서 옛이야기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이 합천 지방이니
아마 대가야 시대로 거슬러가는 옛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나 추정해 보았다.
동쪽
북쪽
서쪽에
모두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뱀의 꼬리를 보고
뱀의 눈빛을 보고
놀라서 냅다 도망쳤다.
영암사지 아랫쪽으로
새로운 극락보전이 들어서고 있다.
황매산아!
매화 향기 없음을 서러워마라.
찾던 향기 이곳에서 오르는구나!
수령이 600여년이 된 느티나무
황매산 모산재 가는 길에
우연히 들러본다면
더욱 좋을 그런 곳.
이곳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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