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0일 새벽
함안에서 풀었던 바랑을 주섬주섬 꾸리고
함안과 진주의 경계에 있는 성전암으로 향했다.
먼동이 트면서 산들이 하나씩 깨어난다.
도선국사가 감탄할만하다.
도선국사는
태백산맥의 한 지맥은 한강 이북의 삼각산 지류에 머물고
또 한 지맥은 이곳에 맺혀 있다고 보고
신라 헌강왕 879년 가히 성인이 머물만한 곳으로 이곳 성전암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정확한 지명은
경남 진주시 이반산성면 장안리 성전암
가파르게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섰는데
강아지 두 마리가 거칠게 다가온다.
절집 강아지치곤 사납구나 생각하는데
한 놈이 달려들더니 두 발로는 내 허리를 껴안고 다시 두 발로 안다리 걸기를 시도한다.
갑자기 당한 일이었지만 녀석의 진심을 알았다.
이렇게 반가워 할 거면서 왜 사납게 달려왔는지 궁금했다.
비탈진 길을 걸어 올라
조립식 법당을 만날 때까지도 그 까닭을 몰랐다.
그러나 곳곳에 남은 방화의 흔적
2010년 5월 잔인하게 방화되어 사라진 법당 터
조립식 법당의 중단에 사진으로 남은 옛 풍경
옛 겨울 성전암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범종루의 사방을 막아서
복원을 정진하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범종의 소리는 끊겼다.
겨우 불길을 피한 산신각과 인조대왕각
조선조 인조가 능양군으로 있을 때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뒤 왕위에 오른 인연으로
인조대왕각이 세워지고 오늘날까지 제향이 행해지고 있는 곳이다.
남은 전각에도 방화의 기운이 역력하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이 절 강아지 마음도 숯덩이가 되었나 보다.
그래서 먼저 울그락불그락 달려오다가 이내 미안해져서 와락 안겨들었나 보다.
얼마전 약천사에서 이곳으로 오셨다는
주지 성공스님은 진주로 출타를 나가셨다고
공양주 보살님이 묻지도 않은 말을 들려주신다.
방화의 흔적이 여전한 이 자리에서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심화心火가 다시는 불붙지 않고
바위처럼 열반적정하기를 그저 바랄 따름이다.
뒤돌아본다.
성전암을 품은 여항산을 뒤돌아본다.
내 마음의 불씨를 점검하고
이제 하산한다.
제목 : 조각배 (김영동)
연주 : 홍천강
녹음 : 2007. 4. 20
악기 : 도곡피리 백자토 AC, 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