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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약천사

by 산드륵 201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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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던 장마비가 멈추었다.

햇살이 돋았다.

아지랑이가 돋았다.

멀리서 보는 누군가에게 나는 아지랑이였을 것이다.

약천사를 찾았다.

 

약천사를 찾았다.

샘물이 많이 고였다.

장마 탓일까.

'되새미' 탓일까.

아주 오래전, 되새미가 샘솟던 곳에 조그만 암자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일까.

꿈일까.

 

 

꿈일까.

꿈이라도 좋다.

누군가도 그랬지.

붙들고 싶은 꿈을 안고 울었지.

꿈인줄 알기에 더욱 서럽게 울었지.

 

 

꿈인줄 알기에 더욱 서럽게 울었지.

약천사 대적광전

혜인 스님은 꿈에 본 불국토를 이렇게 형상화해냈다고 했다.

꿈을 그린다.

 

 

꿈을 그린다.

꿈인줄 알면서 그린다.

왜냐고 묻는이가 있다.

이 자리가 꿈인 줄 아는 이는

꿈이어도 소중하게 맞이해야 하는 이유를 아는 이라는 걸

나는 알기에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은 울고 있다.

그 이유 또한 말하지 않으련다.

 

 

그 이유 또한 말하지 않으련다.

알고 있을만한 이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알고 있을만한 이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눈이 부시다.

제 스스로 반짝이는 마음으로 인해 제 눈이 부시다.

 

 

제 스스로 반짝이는 마음으로 인해 제 눈이 부시다.

스스로 반짝이는

제 마음을

제 마음의 여의주를

보고 있는가.

 

 

보고 있는가.

그대를 떠나본 적 없는

저 시선을 보고 있는가.

 

 

저 시선을 보고 있는가.

마음의 길로만 닿을 수 있는 저 시선을 보고 있는가.

그 시선을 한번도 만난 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왔지만 그건 아니다.

한번도 나를 떠난 적 없는 시선이 있다.

 

 

한번도 나를 떠난 적 없는 시선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모를뿐.

 

 

나는 모를뿐.

모르고 죽어갈 뿐.

앉은 채로 썩어갈 뿐.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그럴수록 더욱 깊이 고개 숙여라.

 

 

그럴수록 더욱 깊이 고개 숙여라.

가장 낮은 곳에서 눈이 뜨이면

그곳이 가장 높은 곳임을 알게 될지 어찌 아나.

높낮이란 없었음을 어찌 아나.

어찌 안다하나.

 

 

어찌 안다하나.

깊어지는 노안으로 여전히 무얼 셈하고 있나.

여전히 무얼 헤아리고 있나.

 

 

여전히 무얼 헤아리고 있나.

생각은 티끌

분별은 더러운 먼지

생각과 분별에서

두려움도 생기나니

이제 놓아 버려라.

 

 

이제 놓아버려라.

그리고 두려움 없이 가라.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현재 너의 자리는 오직 적멸.

 

그러기에 좀 잘 해라. 이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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