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0일 늦은 길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삼봉리 학선암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람의 집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어둠 속에서 보면 반짝이는 것은 모두 별이다.
이 어둠 속에서
나는 너를 별이라 부르는데
너는 나를 별이라 한다.
학선암에 올랐었다.
내비게이션에 잘못 입력된 주소는 우리를 금산사 입구의 여관 앞에 떨어뜨렸다.
다행히 학선암 스님과 통화가 되어
삼봉리 반곡지로 향하는 입구에서 학선암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스님의 배려로 학선암까지 오를 수 있었다.
구성산 기슭에 자리한 학선암
앞으로 걸어도 뒤로 자빠질 수 있다는 가파른 경사길을 걸어 오를 생각에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였는데
입구를 찾을 즈음은 이미 늦은 오후라 스님의 차를 얻어타고 학선암에 도착했다.
학선암
통일신라 말기 함월스님 창건설과
고려 성종 7년 988년 창건설이 있는데 정확한 문헌 기록은 현존하지 않는다.
조선 중기에는 진묵 선사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데
오랫동안 기울어가던 이곳에 도웅스님이 주석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1980년경 도반인 도법스님과 함께 들어왔으나
지금은 도웅스님 홀로 머물고 있다.
30여년 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것은
이곳을 거쳐간 진묵선사의 향기가 좋아서라고 하니
옛 사람의 향기는 세상사람의 자잘한 재주로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산바람 시원한 감나무 밑에서 향긋한 뽕잎차 한 잔 건네주셨다.
오래전 버린 꿈 하나가 아직도 얼굴에 새겨져 있었던 것일까.
차 한 잔에 그 기억의 끈을 잡아내주며 다시 시작하라 한다.
그러나 그럴 생각이 없다.
다만 나그네가 나그네를 만났는데
모질게 버린 것을 이렇게 쉽게 들키고말 정도로
업장이란 질기고 깊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올라올 때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내려가는 길은 걷고 싶어서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학선암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싶어 하신다.
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향해 섰다.
노을은 이미 떠났고 별들이 돋는다.
이곳에서는 저 세상을 별이라 부르고
저 세상에서는 이곳을 별이라 부른다.
나는 안다.
세상에는 별이 참으로 많음을.
그러나 이제는 그 앎을 넘어 제대로 알고 싶다.
내가 부르는 별과 네가 부르는 별의 간극을
지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