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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30
제주-녹동 쾌속선 아이리스호로 고흥에 도착했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달린다.
폭염도 뜨거운 시속으로 따라온다.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를 찾았다.
허름한 마을 공동 창고 옆의 나즈막한 뒷동산으로 올랐다.
폭염 속에서 간신히 만난 동네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 마애불상군
도전리 낮은 곳
땀을 씻는 농부들의 어깨 위
사람들에게서 너무 멀지 않은 야트막한 동산에서
물가를 내려다보는 여래상들
자연암반에 각각의 다른 형상을 한 채 4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멸이 심하여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9기 정도
연꽃무늬가 새겨진 대좌 위에서 깊은 선정에 들어있는 여래상
수인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석가여래의 모습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초기의 양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경남 유형문화재 제 209호로 지정되어 있다.
여래상 옆으로
선명하진 않지만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한 자 한 자 따라 읽어 내려간다.
한 사람을 위하여 한 여래를 새기고
또 한 사람을 위하여 또 한 여래를 새기고
그랬던 것일까
시공의 벽 앞에서 상상은 무진하다.
내 두 손이 온전히 감쌀 수 있을 만큼 작은 여래상들
그 앞에서
나는 무한한 시공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작은 호리병 안에 담긴 우주를 잠깐 꿈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