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북 곤을동
1949년 1월 4일과 5일
군경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주민들이 총살당하며
시간이 정지된 마을.
그 겨울을 잊고 싶은지
무성한 풀잎이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던 돌담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의해 살해 당하고
그날 이후
기억이 정지된 마을.
화북천을 중심으로
서곤을, 가운데곤을, 동곤을로 형성되어 있었던
이 조그만 자연마을은
국방경비대 제2연대에 의해 전소되었다.
곤을동의 옛모습.
반농반어의 잔형적인 제주도 해안마을이다.
저 작디작은 집터를 보니
조감도 속 초가도 너무 커 보인다.
곤을동에서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길.
그 길처럼
돌담은
여전히
이웃집 담과 서로 이어져 있으나
그날 별도봉 바닷가로 끌려가 총살당한 이들은
단애의 벽 뒤로 사라져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다.
곤을동 올래 너머로는
크루즈선
그날의 그 기억만 아니라면
저 강대국의 크루르선까지
이질적으로 느낄 필요가 없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해안가 마을이다.
말방앗간의 흔적.
방앗돌과 집터들이
비교적 뚜렷하게 남아있다.
옛기억을 둘러싼 화북 마을 풍경.
혹시라도
그날
별도봉 바닷가에서
혹은 화북 연대 아래 모살불에서
총살 당한 이들이
이곳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집.
집이 어디로 갔을까.
고단한 몸을 이끌고
그날의 총성을 귀막고
돌아왔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개역 볶아주던 그 집이 없다면
그들은
다시 어디로 떠나야 하나.
살아남은 고향사람들만이라도
그들과 함께 울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다시 어디로
짚신 끌고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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