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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오대산 적멸보궁

by 산드륵 201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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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조선 세조가 병든 몸으로 이곳을 찾았다.

의관을 벗어 걸었다.

샘터로 걸어갔다.

스스로를 비추어 보았다.

업장처럼 돋아난 허물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맑은 물을 떠서 그 허물을 씻으려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말없이 등 뒤에 서서 가만가만 아픈 곳을 씻어주었다.

한참이 지난 후 세조는 가만히 속삭였다.

"어디가서 임금의 옥체를 씻어주었다고  말하지 말라."

그러자 아픈 곳을 씻어주고 돌아서려던 등 뒤의 그도 가만히 속삭였다.

"어디가서 문수를 친견했다고 말하지 말라."



세조가 의관을 걸었던 관대걸이.

그 길의 끝에 상원사와 적멸보궁이 있다.



상원사 문수전 옆길로 올랐다.

오대산 중대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으로 가는 옛길이다.



오대산 적멸보궁




찬바람이 거칠게 몰아칠수록

마음은 더욱 청량해진다.



643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하여

전국의 다섯 군데 사찰에 봉안하였는데

그 중 이곳 오대산 적멸보궁은

오대산 다섯 꽃잎의 중심인 

비로봉의 심장에 자리잡고 있다.



세존진신탑묘에 세워진 비석



월정사 성보 박물관 소장 사진에서는

비석에 새겨진 탑의 모습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

바람에 전단향이 실려 흐른다.




달이 떴는데

공적영지(知)의 주인공들은

여지껏 푸른 좌복을 깔고 앉았네.


 

오대산 상원사.



멋스러움이

이 정도는 되어야

차도 한 잔 공양받겠지.



삼국유사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 효소왕 때 보천과 효명 두 왕자가

이곳 오대산에 들어와 수행을 하였다.

보천은 중대 남쪽에

푸른 연꽃이 핀 것을 보고 그곳에 암자를 짓고 살았다.

효명은 북대 남쪽에

푸른 연꽃이 핀 것을 보고 그곳에 암자를 짓고 살았다.

이 두 왕자는 서로 다른 곳에 있었으나

날마다 문수보살에게 차를 공양하며 살았다.

그런데 효소왕이 죽으면서

왕자들은 서라벌로 돌아가야 하였으나

보천이 울면서 끝내 돌아가지 않았고 효명만 서라벌로 돌아가 왕이 되었다.

그 푸른 연꽃의 인연으로

705년에 이곳에 진여원이 세워졌고

문수보살을 모시고

문수예참을 행하게 하였다.

이것이 상원사의 시초.



푸른연꽃과 문수의 터

이곳 진여의 자리에

경허스님, 한암스님, 탄허스님도

구름으로 다녀가셨다.



그 선지식들의 향훈이 가득한 이곳.




허공의 경계조차 찬란하다.



하늘의 소리

향기로 돌아오니

이것이 천음회향 상원사 범종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으로

국보 제36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천상의 유려함.

이 또한 향기롭다.



여기저기

고즈넉한 상원사의 풍경.



세조를 구해줬다는

상원사 고양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이 인연의 시작이 궁금하다. 




상원사의 향기를 뒤로 하고

하산하는데

연잎 우산을 쓴 아이가 묻는다.

문수는 친견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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