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압곡사로 간다.
나무오리가 내려앉듯 하늘의 소식이 내려앉는다.
물러설 곳 없는 이 자리, 백척간두百尺竿頭 이 자리가
늘 여여한 법당임을 나무오리가 설법한다.
군위 선암산 압곡사.
의상대사가 인각사를 창건한 뒤 부속암자를 지을 터를 잡기 위해 나무오리를 만들어 하늘로 던졌더니 그 나무오리가 이곳에 내려앉아 압곡사라 하였다고 한다.
또다른 설에 의하면 압곡사는 원래 현재의 압곡사에서 서북쪽 5km지점에 있었는데 터가 협소하여 의상대사가 문무왕 17년 677년 이 자리로 옮겼다고도 한다. 이때 의상은 아미산 봉우리에서 나무오리를 하늘로 날렸는데 그 나무오리가 내려앉은 곳이 현재의 압곡사이다.
또다른 설에 의하면 나무오리를 만들어 날려 압곡사터를 찾은 이는 원효대사라고도 한다. 이럴 때면 의상과 원효가 한 몸처럼도 여겨진다. 쌍벽을 이루는 두 대장부가 한 시대를 휘어감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선암산 압곡사
조사전
이곳에는 만은당대선사·만우당대선사·보광당대선사·수월당대선사·의상조사·정허당대선사·사명당·총산당대선사·현암당대선사 등 9폭의 선사영정이 모셔져 있다. 참배할 당시에는 중건불사 중이어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압곡사 산령각
압곡사 삼층석탑
옛 석탑과 복원된 삼층석탑이 서로 과거와 현재를 맞대고 있다. 2016년 새롭게 복원된 삼층석탑은 미얀마 불교 종정으로부터 기증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조성되었다.
옛탑의 기단부는 사라졌고 감실은 열려있다. 탑처럼 마음도 그곳으로 기운다.
은친당대사쌍민안탑비隱親堂大師雙敏安塔碑
그 옆으로는 은친정隱親亭
은친정 시주명단에서 낯익은 스님을 뵈었다. 우연히 조낭희 시인의 '군위 압곡사'라는 시도 만났다.
때때로 텅 빈 절간에 앉았노라면 나도 모르게 심산해지곤 했다. 석탑도 석등도 없는 마당은 연대감을 상실한 자의 소외감 같은 고독을 떠올리게 했고 뒤꼍에 있는 석탑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그저 애잔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서두름 없이 고요히 선의 세계를 지향하는 작은 절, 점잖은 주지 스님과 지성을 갖춘 지산 스님의 따뜻한 눈빛과 행동 속에서 젊고 희망찬 압곡사의 미래를 보았다.
중창불사로 인하여 압곡사의 압곡보궁은 참배할 수 없고 다만 임시 거처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압곡사의 법당인 압곡보궁에 모셔져 있던 본존불. 지금은 임시법당에 모셔져 있다. 어서어서 중건불사가 마무리되어 본존불께서는 선암산 압곡사 압곡보궁 그 고운자리로 편안히 돌아가 좌정하시고, 조사전의 조사진영은 물론 그 곱다고 소문난 탱화 등도 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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