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운제산 오어사
오어사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인데 최초의 사명은 항사사(恒沙寺)였다. 『삼국유사』 의해편에 의하면 원효대사가 당나라에 유학가기 위하여 운제산 계곡에 원효암이라는 초가를 짓고, 불철주야 열심히 정진하던 차에 혜공선사는 중국에서 부처님의 전업을 이어받은 인가를 받아와서 70여명의 대중을 공부시키고 항사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이 운제산 계곡 맥반석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정진하고 있었는데 혜공이 마음이 동하여 원효대사에게 물었다. "대사는 중국에 가서 인가를 받아 오려면 부처님의 대법을 이을 수 있는 신통한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법력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세." 그러자 원효대사가 "그럼 무엇이든지 법력을 겨루어 봅시다." 하였다. 그때 가만히 보니 명경지수가 흐르는 계곡에 산 물고기가 노니는데 그 물고기를 한 마리씩 산채로 삼켜서 바위 끝에 앉아 대변을 보고 산 채로 물고기가 나오는 이가 이기는 걸로 했다. 그리고는 팔을 걷어 부치고 계곡에 뛰어들어가 서로 한 마리씩 물고기를 삼키고 똥을 쌌는데 두 마리 물고기 중 한 마리는 살아서 나오고 한 마리는 죽어서 나왔다. 그런데 살아있는 물고기가 활기차게 상류로 올라가자 그 물고기를 보고 두 대사가 서로 떠밀면서 "저 물고기가 내 물고기야"라며 달려나갔다고 한다. 내 물고기 내 물고기 그래서 오어사吾魚寺
오어사
혜공과 원효는 물론 자장과 의상까지 모두 이 오어사를 거쳐 갔다. 운제산 오어사의 북쪽에는 자장암, 혜공암, 남쪽에는 원효암, 서쪽에는 의상암이 이 오어사를 둘러싸고 있으니, 누가 또 있어 이만한 법력을 다퉈볼 것인가.
가학루를 건너 오어사로 들어간다.
오어사 대웅전은 조선 영조 17년인 1741년에 중건하였다. 자연석을 다듬어 5단으로 높게 쌓고 그 위에 초석을 놓아 둥근기둥을 세우고 지붕 처마와 기둥 사이에는 화려한 다포 형식의 공포를 두었다. 3짝으로 된 전면의 꽃살문을 열면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좌우에 모셨다. 천장에는 연꽃무늬 단청과 용, 구름, 학이 날고 대웅전 외벽에는 육우도로 감싸 마무리 하였다.
본존불은 목조석가여래좌상이다.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좌우에 시무외인을 지은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봉안하였다.
본존불은 1765년에 조성하였는데 금어 상정스님의 최후 작품이라고 한다.
1900년(광무4년)에 조성된 탱화로 지장보살과 무독귀왕 등이 그려져있다.
대웅전 천장의 두 마리 학
연꽃과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용
내 물고기
대웅전의 문살
아름답다.
관음전
삼성각
응진전
해수관세음보살
이 보살입상 뒤쪽으로 걸으면 원효암이고 이 보살입상 왼쪽 하늘을 보면 자장암이다.
자장암
오어사에서 자장암까지는 150여m. 20분이면 오르지만, 올라가서 내려오기까지는 한 시간여가 훌쩍 넘는다.
저 자장암 숲에 진신사리탑이 있다.
오어사 범종각.
그리고 또다른 오어사의 범종. 1995년 절 앞 저수지 공사 도중 발견된 범종이 이곳의 성보박물관에 있다. 이 범종은 보물제1280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안내문에는 동종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동종이 아니라 범종이라 표현해야 맞을텐데 빨리 수정 되었으면 좋겠다. 물고기 먹고 똥 싸던 그 법력과 그 걸림없는 정신력이면 범종을 범종이라 부르지 못하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오어사 성보박물관의 범종.
섬세한 비천상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고려 범종이다.
오어사 성보박물관의 혜공대사 진영
원효대사
원효대사의 삿갓. 실오라기 같은 풀뿌리를 소재로 하여 짠 삿갓이다. 겹겹으로 붙인 한지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법화경
염불계원유공비
오어사의 승려와 마을 사람 등 150여명이 참여하여 계를 조직하고 사찰의 재정을 마련하였던 내용을 기록한 목비라고 한다.
조선조의 불교탄압으로 많은 사찰이 재정이 어려워지자 계를 조직하여 사찰 재정을 도운 예를 잘 보여준다.
오어사 부도전
한바퀴 참배하고 나오니 오어지 둘레길이 보인다. 총연장 7km의 길이다. 걸을 맛이 난다. 내 물고기 찾아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