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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영주산

by 산드륵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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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영주산

이 길이 좋다

엊그제 하늘나라로 가버린 그 사람이 좋아하던 길이었는데

이 길이 나도 좋다

 

 

해 저무는 산을 오른다

그림자 길어진 산이 좋다

 

 

바람 부는 산을 오른다

숨결이 맑은 산이 좋다

 

 

소 귀에 경 읽기라 하는데

그러나

소 아닌 이 나와보라 하고 싶네

다들 오십보백보

 

 

먼 산

먼 하늘

거기에

그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눈은 자꾸 멀리 멀리로만 향한다

 

 

영주산을 오른다.

6월의 영주산은 수국길이다.

그 오방五方의 빛깔 때문에

수국은

제주에서 무당꽃이라고도 불린다.

 

 

푸르고 청아한 빛의 산수국

 

 

오래 그리고

깊이 사랑할만한 산수국이다.

 

 

산수국의 한계선은 영주산 정상

 

 

하늘빛 세상

 

 

빈 의자

 

 

풀잎의 초록이 어딘지 낯설다.

 

 

영주산 정상을 가득 메운 외래종 검질.

인因과 함께 과果도 수용해야겠지.

 

 

한라의 줄기를 타고

산바람이

거세게 분다.

 

 

영주산에 새 길도 생겼다.

성읍저수지 방향으로 놓여진 계단이다.

용도는 알 수 없다.

저수지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가라고 만든 계단은 아닐 것이다.

 

 

옛 길

새 길

사람이 가고

사람이 오고

 

 

그렇게 영주산 풍경도 변한다.

 

 

변하는 것들 앞에 선 이들에게, 낯선 것들 앞에 선 이들에게 겸덕은 말했다.

 

내심외경內心外境

 

 

왜 마음을 공부해요?

세상 사람들은 밖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밖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게 망상이라는 걸 인정하고 여기 온 겁니다.

내심內心, 외경外境, 내 속에 있는 걸 밖에서 본다.

이게 진짜라는 걸 인정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

인간은 다 열망하는 걸 보게 돼 있습니다.

내 속에서 보고 싶은 걸 밖에서 찾아서 보게 됩니다.

내 마음이 좋으면 밖에 싫은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옛날에 마음이 아주 죽겠기에 보은사 토굴에 들어가서 3일 밤낮을 기도하는데, 저도 그때 처음 경험했는데, 그냥 마음이 풀렸어요.

밖에 싫은 게 하나도 없어요.

염소 새끼도 예뻐서 한참을 쳐다보고, 풀떼기도 쳐다보고, 그냥 다 이뻐요.

싫은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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