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영주산
이 길이 좋다
엊그제 하늘나라로 가버린 그 사람이 좋아하던 길이었는데
이 길이 나도 좋다
해 저무는 산을 오른다
그림자 길어진 산이 좋다
바람 부는 산을 오른다
숨결이 맑은 산이 좋다
소 귀에 경 읽기라 하는데
그러나
소 아닌 이 나와보라 하고 싶네
다들 오십보백보
먼 산
먼 하늘
거기에
그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눈은 자꾸 멀리 멀리로만 향한다
영주산을 오른다.
6월의 영주산은 수국길이다.
그 오방五方의 빛깔 때문에
수국은
제주에서 무당꽃이라고도 불린다.
푸르고 청아한 빛의 산수국
오래 그리고
깊이 사랑할만한 산수국이다.
산수국의 한계선은 영주산 정상
하늘빛 세상
빈 의자
풀잎의 초록이 어딘지 낯설다.
영주산 정상을 가득 메운 외래종 검질.
인因과 함께 과果도 수용해야겠지.
한라의 줄기를 타고
산바람이
거세게 분다.
영주산에 새 길도 생겼다.
성읍저수지 방향으로 놓여진 계단이다.
용도는 알 수 없다.
저수지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가라고 만든 계단은 아닐 것이다.
옛 길
새 길
사람이 가고
사람이 오고
그렇게 영주산 풍경도 변한다.
변하는 것들 앞에 선 이들에게, 낯선 것들 앞에 선 이들에게 겸덕은 말했다.
내심외경內心外境
왜 마음을 공부해요?
세상 사람들은 밖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밖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게 망상이라는 걸 인정하고 여기 온 겁니다.
내심內心, 외경外境, 내 속에 있는 걸 밖에서 본다.
이게 진짜라는 걸 인정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
인간은 다 열망하는 걸 보게 돼 있습니다.
내 속에서 보고 싶은 걸 밖에서 찾아서 보게 됩니다.
내 마음이 좋으면 밖에 싫은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옛날에 마음이 아주 죽겠기에 보은사 토굴에 들어가서 3일 밤낮을 기도하는데, 저도 그때 처음 경험했는데, 그냥 마음이 풀렸어요.
밖에 싫은 게 하나도 없어요.
염소 새끼도 예뻐서 한참을 쳐다보고, 풀떼기도 쳐다보고, 그냥 다 이뻐요.
싫은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