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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청옥산 잡초공적비

by 산드륵 2024.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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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미탄의 청옥산을 찾았다.

 

 

평창읍의 매일시장에 들러 메밀전 한판에 동동주를 비우고 구비구비 돌아서 찾아가는 청옥산

 

 

푸른 옥구슬이 많아서 청옥산인가 하였는데, 산나물 중에서도 청옥이라는 산나물이 많이 자생하여 청옥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가리왕산에서 중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끝에 1256여m의 높이로 솟아있다. 정상에는 육백마지기로 불리는 넓은 지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주로 고랭지채소를 재배한다고 한다.

 

 

청옥산 무장애 나눔길.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아 걷고 있었다.

 

 

청옥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줄기

 

 

한때는 이 육백마지기에 야생화가 가득 피어 찬란하게 빛났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가을이 오면 이곳이 풍경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가는 길에 만난 잡초공적비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다.

 

 

잡초는/김종태

 

춥다 덥다 울지 않는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조르지 않는다

못생겼다 가난하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난초를 꿈꾸지 않는다

벌 나비를 바라지 않는다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는 것을 버거워하지 않는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도 탓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주어진 것만으로 억척으로 산다

버려진 곳 태어난 곳에서 모질게 버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

살기 위해 먹는 수단은 언제나 신성하다

뜯기고 밟히고 채이는 것은 존재의 숙명

 

살아있다는 것은 은혜이고

죽는다는 것은 섭리이다

잡초는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섭리를 따를 뿐이다

 

 

1962년부터 잡초농법을 해 왔다는 청옥산 육백마지기

 

 

아니나 다를까

무는 간혹 보이고 잡초는 산야를 덮었다.

 

 

풀꽃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다시한번 김종태 시인의 시를 꺼내든다. 타래난초라는 시이다.

 

당신이 나를

난초라 부르고

정성들여 키웠을 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빼어난 자태 뽐내며

한 포기 난초가 되었소

당신이 나를

잡초라 부르고

못생겼다 눈돌렸을 때

잔디밭 풀 속에 섞여

서러운 심사 배배 꼬며

한 포기 잡초가 되었소

당신에게 있어 나는

불러주기에 달렸지만

난초 잡초는 당신의 욕심

이젠 당신의 애증을 벗어나

빛나는 태양을 즐기며

내 한 몫 다하는

한 포기 풀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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