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여문영아리오름

by 산드륵 2024. 10. 13.
728x90

 

가을을 찾아 나섰다. 억새와 수크렁이 말라가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흐를 때 비로소 제주는 가을이다. 표선면 가시리 태흥목장에서 억새와 수크렁 밭을 지나 여문영아리 가는 길을 찾았다.

 

 

태흥목장에서 여문영아리로 이어지는 억새와 수크렁 밭

 

 

수크렁

 

 

쑥부쟁이

 

 

가을들판의 여문영아리. '여믄'이란 '잘 요물았다'는 제주어를 연상하면 금방 이해가 된다. 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굼부리에 물없이 잘 여믄 신령스런 산이라는 뜻이다. 높이 134m로 굼부리는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다.

 

 

기슭의 습지. 이 습지 옆으로 방목 중인 소들이 다니는 길이 있다.

 

 

여문영아리로 가는 길은 오름의 동쪽 계곡 옆으로 난 길을 타고 올라야 어려움이 없다. 자칫 다른 방향으로 들어섰다가는 굼부리의 가시덤불숲에 갇혀 엉뚱하게 가시덤불과 싸울 수 있다.

 

 

여문영아리오름 안내판. 바람이 안내판의 글자를 모두 지웠다. 관리되지 않는 오름이라는 것을 알고 미리 단단히 준비하고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이 안내판을 기준으로 숲에 묻힌 길을 찾아 오르면 큰 어려움이 없지만 길을 벗어나면 멧돼지, 뱀, 노루 등과 만나기가 쉽다.

 

 

여문영아리의 작은 동굴

 

 

인위적으로 굴을 파놓았는데 진지동굴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여믄영아리에서 만나는 한라산

 

 

한라투구꽃

 

 

쑥부쟁이, 산박하

 

 

물영아리

 

 

영주산, 모지오름, 따라비오름

 

 

설오름, 병곳오름, 달산봉

 

 

큰사슴이오름

 

 

매오름, 가세오름, 토산봉

 

 

붉은오름

 

 

괴펜이오름, 물찻오름

 

 

동수악, 논고악

 

 

한라

 

 

가을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워 슬펐다. 이것이 달콤한 인생인가.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리메  (1) 2024.10.27
천년의 섬 비양도  (0) 2024.10.20
마라도  (8) 2024.10.06
새섬  (13) 2024.10.03
큰사슴이 오름  (0)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