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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와 3

원동

by 산드륵 200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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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슴 아픈 역사

'원동 마을' 이야기 들어보세요 

제주시에서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중문 방면으로 가다가

경마장을 지나면 원동로터리가 나옵니다.

일명 굴다리 로터리라 불리는 이곳을 지나면

길 왼쪽으로 사라진 원동 마을의 슬픈 흔적이 나타납니다.

사진에 보이는 '원지'라는 비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비석은 재일동포 김화숙씨가

제주 4.3 때 완전히 사라져 버린 고향 마을 원동의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며 세운 비석입니다. 

 

 

 

조선시대 제주의 행정구역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으로 크게 나뉘었습니다.

그때 제주목과 정의현, 대정현 중간 지점에는 관리들이 쉬어가는 원이 설치되었는데

제주에는 동쪽에 동원, 서쪽에 서원이 있었습니다.

그 서원이 바로 이 애월읍 소길리 원동마을입니다.  

 

 

 

이 원동마을은

나라에서도 고사리 공출 이외에는 아무것도 빼앗아 갈 것이 없었던

그야말로 맨 주먹 맨 손밖에 없던 가난한 제주 백성들의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4.3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 당하여 완전히 사라진 마을이 된 것입니다.

훗날 이 학살 현장에서는 마을 주민의 두 배에 가까운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이 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원동 마을을 이용하던 여행객들까지도 함께 희생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마을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길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후 내내 헤매이다 겨우 찾아간 원동마을.

그곳에서 마을 입구였던 듯한 곳을 찾아냈습니다.

쓰러진 나무 뒤로 돌담이 보이시죠.

옛 사람들의 흔적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도 보였습니다.

예전 오가는 사람들이 쉬어갈 때는

이 계곡 주변에서 대숲의 정취를 즐기기도 하였겠지요.

주막이 있어 오가는 사람도 많았을 터지만 죽어가는 이유도 모른 채

외마디 비명도 남기지 못한 채 마을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원동마을이 완전히 사라져 없어진 자리에 마구 파헤쳐진 흔적이 있었습니다. 

원동 관광단지를 개발한다 합니다. 

사라진 옛터마저 다시 모두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인근의 경마장엔 토요일 일요일마다 경마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차량 정체가 제주시까지 이어지는데

이곳 원동마을은 완전히 잊혀진 채 역사마저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슬픈 영혼이 꽃으로 달렸습니다.

 

 

원동으로 가는 숲속에서 만난 아기 노루입니다.

서성이는 모습이 고향을 잃은 원동 마을의 어린 영혼들처럼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원동의 슬픈 영혼들에게는 극락왕생을,

저 어린 아기 노루에게는 해지기 전에 보금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원동을 한 번 찾아보세요.

열에 아홉은 길을 잃게 됩니다.

그게 바로 제주 4.3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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